파일 링크: 서른살 여행기R
이미 인쇄한 글을 손봐야겠다고 마음을 먹으니 고치지 않아도 되는 쪽이 없었다. 오탈자 수정뿐 아니라 다시 읽어보니 말이 안 되는 문장도 다듬었다. 그리고 문단의 맥락에 맞지 않는 문장을 뺏고 설명이 부족한 문단에 문장을 추가했다. 목차는 변경하지 않았고 그림 목차와 표 목차를 추가했다.
처음으로 책을 내봤다. 처음이라고 말하는 건 터무니없는 실수에 대한 변명을 하고 싶기 때문이다. 인쇄해서 받은 책을 읽어보니 말도 안 되는 문장은 뒤로하고 자음만 혼자 쓴 것처럼 글을 처음 써본 사람도 하지 않을 실수가 여기저기서 보였다. 책을 만들기 위해 이미 적은 글을 조판 프로그램에서 불러들여 작업했다. 처음 적은 글에 문단이 잘리거나 글자가 깨진 부분이 없는 걸 보면 앞서 몇몇 오류는 이동 중에 태블릿으로 조판 프로그램에서 편집하다가 나도 모르게 키보드가 눌렸기 때문이다. 문법을 잘 알지 못해서 생긴 오류와 어색한 문장은 변명할 방법이 없다.
시간을 정하고 촉박하게 일을 마치다 보니 실수한 거지만 기한을 정하지 않았으면 아마 내가 쓴 글은 원고 상태로 어딘가에 처박혀 잊혔을 게 분명하다. 급하게라도 책으로 묶었고 다른 사람들로부터 책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기에 이렇게 다시 다듬을 수 있게 되었다.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엉성하더라도 뭐라도 하는 게 나은 경우가 있다. 아무리 예측하고 설계해도 정작 해보면 생각지도 못한 일과 마주한다. 해봐야 아는 것이 있다. 물론 잘 준비되면 더욱 좋겠지만 말이다.
사용자 주문 제작 출판을 한번 해보니 늘 책을 보면서도 별로 신경 쓰지 않던 게 보였다. 한 장을 시작하는 부분은 오른쪽에만 있다거나 글자 간격 같은 편집 요소가 특히 그렇다. 이미 노련한 사람들이 잘 짜놓은 책을 보니 책에 글을 배열할 때 특별히 신경 쓸 게 뭐가 있겠냐 싶었는데 직접 만들어보고 다른 사람이 편집한 책과 비교하니 엉성한 게 눈에 보인다. 수정한 이 책도 책을 업으로 삼은 사람이 보기에는 참 많은 부분이 부족할 거다. 여행에서 느낀 바지만 흔한 게 허접한 게 아니라는 생각을 새삼 다시 하게 되었다.
책을 만들고 오류가 있는 걸 바로 알았지만 한참을 방치하다 이제야 또 급하게 다듬는 건 책이 팔렸기 때문이다. 그동안은 책이 한 권도 팔리지 않아서 천천히 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책이 팔려 돈을 벌어 버렸다. 남의 돈 타 먹는 게 녹록지 않은 일이란 걸 안다. 쉽게 돈을 벌었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졌다. 누군가는 고민하고 내 책을 구매했을 텐데 구매자를 찾아 이미 사간 책을 다시 달라고 하는 건 구매자의 결정을 깡그리 무시하는 버릇없는 행동이다. 그나마 최대한 빨리 잘 수정해야 불편한 마음이 조금이나마 편해질 수 있을 거라 봤다.
이제 더 이상 이 책을 손보는 일은 없다. 인쇄해보면 또 많은 오류가 보이겠지만 언제까지 책 한 권만 붙들고 있을 수 없다. 아직 남아 있는 오류에 대한 책임은 내가 안고 완결된 한 권을 내놓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