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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순이와 동네 산책 일기

개를 키우며 배운 것: 만짐

이상하게 들릴 수 있는 질문이지만 만지는 것을 좋아하는가? 우리는 보는 것에 익숙해 있다. 영화를 보고 스마트폰을 본다. 그런데 만지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정보를 준다. 만지면 눈으로 구분할 수 없던 것을 알 수 있다. 예를 들면 눈으로 백날 봐도 느껴지지 않던 마감 불량을 손으로 한번 스윽 훑어서 알아차리기도 한다.

한창 호기심이 많을 때 나는 새로운 공간에 가면 바닥에 손을 대고는 했다. 내 호주머니에 쓰레기를 넣지 않고 어머니 손에 들려주던 아이였던 내가 더러운 바닥에 손을 댔던 이유는 바닥의 느낌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번들번들한 화강암으로 마감된 바닥이라도 만질 때의 온도에 따라 그리고 미묘한 마감에 따라 느낌이 달랐다. 이런 나의 습성은 지금은 그 정도가 덜해지기는 했지만 지금도 그대로다.

똑순이를 만나기 전까지 나는 물건만 만졌다. 나는 스킨쉽에 서투른 사람이었다. 내가 엄마 손을 잡고 걸어 다니지 않게 된 이후부터 똑순이를 만날 때까지 나는 엄마를 딱 한 번 안아봤다. 내가 누군가를 만지는 것뿐만 아니라 누군가가 나를 만지는 것도 나는 질색팔색을 했다. 사람의 온기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 잘 몰랐다.

똑순이를 처음 봤을 때 모피 주머니에 뜨거운 물이 담겨있다는 생각을 했다. 강아지들은 땀구멍이 없어서 피부가 사람처럼 습하지 않고 뽀송뽀송했다. 만지면 온기가 느껴지면서 몰캉한 느낌이 났다. 나는 똑순이를 만질 때면 목 뒷덜미가 긴장되었다. 특히 코나 혀 같은 촉촉한 부위가 손에 닿을 때면 아주 자지러졌다.

처음에는 기겁을 했지만 현관문 소리만 들리면 마당 구석에 있다가도 뛰어오는 똑순이를 무시하기는 쉽지 않았다. 한번 두번 쓰다듬는 횟수가 늘어났고 똑순이가 나를 혀로 핥거나 입으로 무는 행동도 점차 익숙해졌다.

이때부터이다, 내가 사람과의 관계에 더 유연해진 것이. 내 것이 아닌 타인의 온기를 품을 수 있고 내 온기를 나눠줄 수 있게 된 시점이다. 더 시간이 흐르고 나는 어머니를 모시고 건강검진을 받으러 갔다. 수면 내시경을 마친 어머니는 제대로 걷지 못하셨는데 그때 나는 어머니 손을 잡고 병원 여기저기를 돌아다녔다.

이때 나는 늘 내 손을 잡아줄 것 같던 사람의 손을 내가 잡아줘야 할 수도 있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이 순간 내 인생은 새로운 단계에 진입했다. 만약 똑순이가 없었다면 나는 늘 날 잡아주기만 했던 손을 잡는 일을 자연스럽게 할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언젠가 이날을 후회하게 되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아직도 내 어머니가 당장이라도 사라질지 모른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내 어머니의 손을 잡아드린 행동으로 인해 나는 내 어머니가 언제나 나의 곁에 있지 않을 것이란 생각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여기에는 똑순이의 몫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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