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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살 사촌의 우울(서른살 여행기)

건축공학과의 기억 – 바르셀로나: 스케치 4

[그림 105] 구엘 공원 근처 골목
구엘 공원을 둘러보고 있는데 비가 왔습니다. 체크인 시간도 다가오기도 해서 공원을 나와 천천히 숙소로 걸어갔어요. 가까운 거리는 아니었지만 골목을 걷는 건 저에게 의미 있는 일입니다. 한국에서도 관광지는 저랑 별로 상관없는 곳이지요? 외국인의 입맛에 맞게 변형된 관광지를 조금만 비끼면 비로소 제 일상과 비교할 만한 것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아이를 나무라는 거리의 소음이나 공사장의 모습 또는 거리의 신호등과 보도블록이라든지 쓰레기통 혹은 슈퍼마켓 카트의 모양이나 진열 순서 같을 비교해 볼만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동네는 거대 브랜드 매장은 별로 없고 이거저거 파는, 장사 안될 거 같은 작은 가게들이 많습니다. 허름하다는 제 생각과 다르게 쇼윈도 앞에 멈춰선 사람도 자주 보입니다. 초등학교 다닐 때 동네 거리 횡단보도에서 조금 떨어진 시계방 쇼윈도에는 손바닥보다 작은 괘종시계가 있었어요. 쇼윈도 안에 있는 괘종시계를 하염없이 쳐다보다 신호등이 바뀌면 횡단보도를 뛰어서 건너곤 했습니다. 동네 시계방이 좋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예전에 저도 그랬으니 허름한 가게 앞에 서 있는 사람이 이상하게 여겨질 이유가 없습니다. 주로 인터넷에서 물건을 사서 제가 쇼윈도 보는 방법을 잃어버렸기에 쇼윈도를 앞에 서 있는 사람이 이상하게 보인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필 온 날이 일요일입니다. 관광지지만 역시 스페인답게 가게들이 드문드문 있습니다. 먹고 싶은 음식을 팔던 가게도 문을 닫았어요. 마트라도 들리고 싶었으나 주변에 있는 건 문을 닫았고 중국계로 보이는 사람이 운영하는 작은 가계에서 생수를 비싼 돈 주고 샀습니다. KFC에 들려 버거와 감자튀김 그리고 콜라를 시켰어요. 직원과 말이 통하지 않아 서로 재차 확인했어요. 먹고 갈 생각이었는데 받고 보니 양이 생각보다 많아서 다시 포장해달라 하고 숙소로 돌아와서 밤새 두고두고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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