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여행 중에 특별히 사 먹은 음식이 거의 없어요. 평소에 맛있는 걸 찾아 먹지 않아서 괜찮은 식당을 잘 찾지도 못하고 학교 근처 충무로나 명동에서 외국인들을 상대로 하는 음식점들의 기억이 강해서이기도 합니다. 많은 종류의 한국 음식 사진과 함께 외국어가 쓰여 있는 음식점은 가격도 비싸고 전문성도 없어 보여서 쉽게 발이 가지 않습니다. 다른 나라라고 별반 다른 거 없어요. 외국인을 대상으로 만들어진 음식보다 차라리 마트에서 파는 조리 식품을 먹는 게 그 동네의 삶에 가까이 다가가는 방법입니다. 별나게 사 먹은 거라곤 나폴리 피자가 전부이지요. 피자를 첫 한입 베어 물었을 땐 정말 맛있었어요. 빵은 인절미같이 쫄깃합니다. 몇 조각 맛있게 삼키다 보니 피자가 식었는데 갑자기 맛있게 먹었던 방금 전 제 모습이 바보 같았습니다. 피자가 식으니 타버린 간이 짠 빵에 불과하다고 느꼈습니다. 전 정말 식욕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