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드로 성당에는 미켈란젤로의 「피에타」가 있습니다. 정신 나간 사람이 깨부순 걸 복원해서 유리 안에 넣어 놓은 거로 이름난 조각이지요. 「피에타」 주변에서 사람들이 너도나도 사진을 찍고 있었습니다. 인터넷으로 초고해상도 사진을 얻을 수 있으니 굳이 사진을 찍냐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언제나 접속할 수 있는 인터넷에 뭐든 치면 다 나오는 시대이지만 굳이 공부하는 이유는 널려 있는 정보를 내 머릿속에 넣고 이해하고 관계 맺는 일은 누가 대신해줄 수 없기 때문이지요. 모두 같은 「피에타」를 찍지만 어느 사진 하나도 똑같은 사진은 없습니다. 자신이 본 시점을 기록하는 건 무시할 만한 일이 아니지요.
베드로 성당은 규모가 큽니다. 천장이 높은 천장에 그려진 그림 중 일부는 나중에 올라가서 보니 모자이크였습니다. 성당 안에 놓인 잘 만들어진 가구를 보는 재미도 있어요. 어느 관광지 성당이 그렇지만 중간중간 경건하게 예배드리는 사람들과 관광객이 섞여 있는 모습과 성당 한켠에 제한된 영역을 관람하는 데 돈을 받는 모습은 성스러운 장소란 이름에 어울리지 않았지만 성과 속이 섞여 있는 인간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점에서는 보기 싫지 않았습니다.

성당에서 나오니 휴대전화 배터리가 없었습니다. 휴대전화로 지도를 볼 수 없으니 타려고 했던 정류장을 찾을 수 없었지요. 다른 버스 정류장을 찾았는데 버스표 자판기가 먹통입니다. 이래저래 물어보기도 귀찮고 해서 머릿속에 남아 있던 지도를 따라 걸었어요. 로마 밤거리를 걸어 본 셈 치면 짜증 나는 일은 아니라고 봤지요. 어느 방향으로 가든 지하철역 하나는 만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M”자가 쓰여 있는 표지판이 보여 맥도날드 근처라면 역이 가까울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맥도날드가 아니라 지하철 표시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