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어나서 모스크바에서 산 빵으로 아침을 했습니다. 빵을 버리긴 아까우니 이걸 다 먹어 치워야 아테네에서 뭔가 먹을 걸 살 수 있어요.
스페인에 다녀온 적이 있는데 장을 보면 먹을 만한 식품들이 적당한 가격이라는 인상이 남아 있습니다. 그리스와 스페인은 유럽 남쪽에 있으니 서로 비슷할 거란 기대가 있었어요. 적어도 러시아처럼 매대가 비어 있거나 플라스틱 같은 빵을 먹진 않을 거라 보았죠. 아테네 거리도 스페인과 비슷해요. 지리적으로 유사한 점이 많기 때문이에요. 예컨대 해를 완전히 가리는 덧창은 스페인처럼 일조량이 많아서입니다.
그렇지만 아테네는 러시아와 유사한 점도 있어요. 벽돌을 쌓거나 돌을 붙인 게 아니라 칠로 마감한 건물 외벽이 그겁니다. 옥색은 보이지 않지만 미색은 러시아에서도 자주 보던 색이에요. 도로의 매캐한 냄새도 러시아와 닮았습니다.
물론 그리스는 러시아랑 다른 점도 많죠. 일단 아테네 날씨는 러시아와 다르게 천국입니다. 볕도 너무 좋아요. 하늘은 정말 푸르고 땅은 정말 초록으로 보입니다. 심지어 1월인데도 그렇습니다. 날씨가 그래서 러시아와 건물색만 비슷하지 모양은 완전 딴판입니다. 러시아에서 그리스의 테라스가 필요 없고 그리스에선 눈이 쌓이는 것을 막기 위한 뾰족지붕이 쓸모가 없어요. 또 아테네 거리에는 러시아에서 보기 힘든 오토바이도 자주 보입니다.
골목을 걷다가 길모퉁이를 도니 아크로폴리스가 보였습니다. 평평한 동네 가운데 깎아지르듯이 툭 튀어나온 높은 언덕 위에 그렇게 큰 구조물이 있을 줄 몰랐습니다. 제가 있는 곳과 아크로폴리스가 있는 곳까지 거리가 잘 가늠되지 않았어요. 우연히 얻어걸린 아테네 여행이지만 정말 잘 왔다고 생각했습니다. 아크로폴리스에 취해서 주변을 몇 바퀴 돌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