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에 <블랙 미러> 시즌 4가 개시되었다. 이 드라마의 장르를 구분하면 공상과학에 속하겠지만 나르는 자동차 같은 것은 나오지 않고 근미래에 새로운 기술 때문에 생길 일상을 다룬다.
6개의 에피소드 중 네 개의 에피소드를 순서대로 보았는데 첫 번째와 네 번째 에피소드는 디지털 데이터의 의인화를 통해 이야기가 전개된다. 예를 들면 컴퓨터 안에 저장된 유전자 정보가 실제 사람처럼 나타난다거나 데이트 매칭을 위해 입력한 성향 데이터를 상대 데이터와 확인하는 과정이 실제 두 사람이 연애를 하는 과정으로 표현된다.
데이트 매칭을 위해 입력한 데이터가 나를 대신해서 연애를 하는 건 드라마 속에서나 볼 수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미 온라인 쇼핑몰은 내가 검색한 기록을 통해 내 선호에 맞는 물건을 추천해주는 시대다. 드라마에서처럼 그려보자면, 온라인 쇼핑몰 구매 기록 데이터가 나를 대신해서 나에게 맞는 상품을 고르고 있는 거다.
기억은 자아에서 꽤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나쁜 기억이 있는 회사 물건은 사지 않고 좋은 기억이 있음 음식은 또 먹게 된다. 그러니까 드라마 속에서 의인화되는 데이터들을 자아의 파편으로 보는 게 그렇게 충격적인 생각은 아니다. (당장 생각해도 이 드라마 보다 한참이나 오래된 영화 <13층>에도 나오는 이야기다.)
심지어 기억이 자아의 전부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의인화된 데이터들이 원 자아 대신 실연의 고통을 입는 걸 보고 있자니, 정말 기억이 자아의 전부라고 주장한다면, 지금도 무수한 한 개인의 기록을 마치 장기나 생체 정보를 다루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본다. 다시 말하면, 기억이 자아의 전부라고 주장하는 사람은, 의학 연구에서 인체 유래물에 대해 신중하게 대하는 것처럼, 한 사람에 대한 기록도 누군가의 간 조각이나 난소나 정자와 같은 수준으로 다뤄야 한다.
그런데 기억이 자아의 전부라고 주장하는 부류 중에는 인체는 기계라고 생각하고 머리도 바꾸고 팔다리도 바꿔 낄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도 있다. 몸도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기억의 기록이라고 신성하게 여길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