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단 이렇게 된 거 하기아 소피아가 보고 싶었습니다. 뭘 알고 가고 싶은 건 아니고 피렌체 대성당 이전에 꽤 오랫동안 인간이 만든 가장 큰 돔이라는 소리를 건축과 강의 시간에 들은 기억이 나서지요. 그런데 마침 얼마 전 큰 테러가 있었다고 제가 나가는 걸 걱정하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하기아 소피아까지 버스를 타고 가자니 도로가 막혀 비행기 시간이 간당간당하기도 했고 허리도 아프고 유심도 없고 환전도 안 했는데 카드가 될지 안 될지 모르기도 했어요. 이렇게 여러 변명을 만들면서 욕조에 몸 담그고 쉬었습니다.
공항으로 돌아가는 길에 하기아 소피아가 참 마음에 걸렸습니다. 괜히 갔다가 여차여차 일이 꼬였을지도 모른다는 점에서는 욕심 안 부리길 잘했지만 또 언제 터키 오냐는 생각하니 아쉬웠어요. 그런데 아쉬움과 다행스러운 느낌이 동시에 드는 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았다는 신호입니다. 아쉬움만 있었으면 제가 너무 잃은 거고 다행이란 생각만 들면 제가 전부 가져온 겁니다. 생각지도 못하게 이스탄불에 왔으니 생각지도 못한 어느 날 또 올 거라는 기대를 품고 공항으로 들어섰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