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에 있는 포카라에서 로만탕까지 가는 길에 대해서 쓰려고 했다. 산티아고 가는 길(Camino de Santiago)에서 네팔에 있는 로만탕을 다녀온 사람을 만났기 때문에, “산티아고 가는 길에서”라고 첫 문장을 적었는데 궁금했던 체로 남겨두었던 물음 하나가 떠올랐다.
산티아고 가는 길에서 산티아고(Santiago)는 스페인에 있는 도시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Santiago de Compostela)다. 여기에는 야고보의 유해를 보관하고 있다고 말해지는 성당이 있다. 내가 궁금한 건 산티아고가 야고보를 뜻한다는 점이다. 야고보가 활동하던 로마 시대에 사용한 언어인 라틴어에서 야고보는 야코부스(iacobus)인데, 라틴어에서 나온 스페인어에서 야고보를 전혀 다른 이름으로 부르고 있는 것이다. 되려 영어에서 야고보를 뜻하는 제임스(James)가 라틴어와 더 가까워 보인다. i가 j로 변화하는 건 흔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i가 s로 어떻게 변했는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대강 찾아보니 이내 왜 그런지 알게 되었는데, 산티아고가 성-야고보(San(t)-iago)란 뜻이기 때문이다(http://israelworld.tistory.com/entry/명칭-야곱-야고보-James). 이는 정확한 이야기는 아닐 수 있지만 말이 되는 설명이다.
이렇게 “산티아고”의 뜻에 대해 짤막하게 정리해 놓고 보니 마음이 편치 않다.
우선 네팔에 관해 알아보려 했는데 쓸데없이 딴짓했다는 생각이 마음을 짓누른다. 내가 기계도 아니고 계획한 데로 일을 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아무렇게나 살고 싶지 않기 때문에 계획과 현실이 어긋난 꼴을 보자니 속이 꼬인다.
그리고 요즘 부쩍 산티아고까지 걸었던 기억이 유난히 생각난다는 점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산티아고에 다녀온 뒤로 이 여행을 곱씹은 적은 별로 없었는데, 5년이나 지난 지금 곱씹고 있으니, 뭔가 더 해볼 활력 없이 했던 이야기 또 하고 또 하는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다.
새로운 것을 접하거나 일상에 다른 기운을 불어넣는 측면에서 여행이라면 굳이 좀 익숙한 이미 다녀온 곳을 다시 가는 것보다는 전혀 알지 못하는 곳에 다시 가는 게 나을 거다. 아무리 재미있는 이야기도 다시 들으면 처음 같지 않은데, 새로운 것이 주는 낯섦은 기억상실증에 걸린 게 아니라면 같은 곳에서 두 번 얻기 어렵다.
그런데, 같은 곳에 갔다면 달라진 것은 나뿐이므로, 같은 곳으로 여행은 새로운 나를 볼 기회가 된다.
지금 평가하기에 꿈에 부푼 20대 중반의 내가 프랑스에서부터 한 달 동안 걸어갔던 오래된 도시에 얼마간 시간이 지난 뒤 다시 가게 된다면 그때의 난 어떤 반응을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