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ies
서른 살 사촌의 우울(서른살 여행기)

나폴리

로마행 비행기를 기다리면서 맥도날드에 들렀다. 난 햄버거가 참 좋다. 여렸을 때 건강해지는 것만 먹어서이다. 과자도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 데 요즘 많이 먹는다. 무병장수하는데 도움이 되는 식습관은 아니고 남들은 먹다가도 안 먹는다는데 기껏 유지한 좋은 식습관을 지금까지 많이 안 먹었으니 괜찮다는 생각으로 망치고 있다. 적당한 때에 적당한 것을 먹어야 할 텐데 참 쉽지 않은 일이다.
비행기를 타면서 한 번도 꼬리 날개 뒤쪽이 어떻게 생겼는지 관심 갖은 적이 없다. 이날에서야 비행기 꼬리날개 뒤가 막혀있지 않다는 걸 알았다. 기종에 따라 다르겠지만 활주로에 놓인 많은 비행기가 그랬다. 이게 뭐라고 신기해서 노트에 적어 진 모르겠다. 그렇지만 그림까지 그려 놓은 걸 보면 꽤 의미 둔 거다. 내가 미처 보지 못한 곳이 많은 걸 다시 한번 상기한 경험이다.
로마에 도착했지만 이날은 로마에 볼일이 없다. 바로 떼르미니 역으로 가서 나폴리행 기차표를 산 뒤 아침을 먹었다. 아침은 맥모닝! 연속해서 햄버거를 먹으니 세상을 얻은 느낌이다. 그리고 열차에서 먹을 과자와 물을 샀다. 역사는 한 참 리모델링으로 분주하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부터 늘 그랬지만 경찰이 많이 보이는데 뭐 테러에 대한 반응일거다.
나폴리행 열차를 탔다. 로마는 자동차는 우측통행하는데 열차는 좌측통행 한다. (차장은 타기 전에 역에서 개찰한 열차표를 검표하고 펀치로 손상시켰다.) 나폴리에 가는 오른편으로는 바다가 보인다. 과자를 하나둘 주워 먹으며 갔다. 그렇게 신물 나게 기차를 탔는데도 뭔가 탈 것에 올라 있는 게 참 좋다. 어딘가 가는 게 좋은 거다. 언젠가 한 노인이 나에게 달력을 넘기라고 했다. 넘긴다고 넘겼는데 두 장이 넘어갔다. 시간을 빨리 가게 했다. 그러니 그 노인은 젊어서 그런다고 했다. 아기 고양이가 아직 몸을 움직이는 것이 서툴러 사료 주는 손을 무는 것처럼 나도 세월을 다루는데 서툰 거다. 한편으론 아직 시간이 빨리 움직이는게 좋기도 하다. 어서 나만의 영역을 쌓아 올리고 싶다. 게임에서 연구 개발을 할 때 빨리가기 버튼을 누르듯이 가는 세월을 아쉬워 하는 것 보다는 오는 세월이 반갑다. 가는 시간이 한 시라도 멈춰있길 바라기보다는 아직 맞이하지 않는 시간으로 빨리 넘어가고 싶다.
열차가 슬슬 나폴리 도심으로 들어갔다. 열차에 본 나폴리의 첫인상은 잘 관리되지 못하고 있다는 거다. 버려진 공사장이나 정비되지 못한 도로가 보이기 때문이다. 역 또한 마찬가지다. 역 주변은 별로 돌아다니고 싶지 않다. 아침 일찍 역 앞에 갔을 때는 여기저기 쓰레기로 불을 지핀 잔해가 있었다.
로마를 놓아두고 나폴리로 온건 폼페이 때문이다. 라틴어 교재에 실려 있던 사진들을 보게 되는 거다. 별 생각 없이 왔으니 머리 속에 든 게 라틴어 교재 속 사진 뿐이기도 했다. 지난번에 스페인에 갔을 때 들리지 않아서 후회가 남아 있기도 하다. 폼페이에서 나온 유물은 나폴리 국립 고고학 박물관에 놓여있다. 숙소에 짐을 놓고 일단 그곳으로 갔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