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ies
서른 살 사촌의 우울(서른살 여행기)

나폴리 국립 고고학 박물관

오로라 보는 걸 빼면 나폴리 국립 고고학 박물관은 이번 여행에서 가장 신경을 많이 쓴 일정이다. 나폴리는 로마에서 고속철로는 1시간 일반 열차로는 2시간이면 올 수 있고 베수비오 화산 폭발로 사라진 폼페이는 나폴리에서 1시간이 안 걸리니 로마에서 폼페이를 들른다면 나폴리 박물관 가기에는 시간이 빠듯하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나폴리에서 하룻밤 묵어야 했다. 이탈리아에 있는 중간에 나폴리에서 하루를 보내는 것보다 나폴리에서 하루 보내고 나머지를 로마에서 연박하는 게 여러모로 편한데 처음 새워본 일정상으론 나폴리에 도착하는 날이 박물관 휴관일 이여서 일정을 조정하기도 했다.
폼페이는 여행 가기 전에도 한 번 가본다는 마음을 먹고 있었지만 나폴리 박물관은 존재조차 알지 못했다. 폼페이에 대해서 대충 찾아보는데 폼페이의 유물이 나폴리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는 말을 보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그렇다고 폼페이가 휑하게 비어있는 건 아니고 옮기지 않은 것들도 있고 복제품을 놓아둔 것도 있다.
원본을 보고 싶어서 나폴리 박물관에 혹한 건 아니다. 차라리 아주 잘 만들어진 복제품이라면 원래 있던 자리에 놓여 있는 게 더 많은 것을 알려준다. 액자에 넣어 그림처럼 걸려 있는 진품 모자이크는 그냥 미적 대상일 뿐이다. 잘 복제해서 현관 바닥에 놓여있는 모자이크가 더 많은 걸 말해준다. 박물관에서 본 개 모자이크는 잘 만들어진 모자이크라는 생각이 들 뿐이지만 건물 현관에 복제해 놓은 개 모자이크는 개 조심하라고 만들어 놓았다는 걸 알 수 있게 한다. 개 조심 표지라는 쓸모를 알게 되면 개의 표정이 더 사나워 보이고 느슨해 보였던 목줄이 금방이라도 풀릴 것 같이 보인다. (용도가 없는 게 있을 수 있기는 하지만 여기에 대해서는 난 아직 잘 모르겠다. 못 찾는 거 아닐까? 어찌 되었든 대부분의 공작물은 적어도 심심풀이라는 쓸모가 있다는 점에서 쓸모를 생각하는 건 무의미한 일은 아니다.)
그럼 나는 박물관에 왜 가게 된 걸까? 그건 다음에…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