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튼 나폴리 박물관에 갔다. 입장권에는 바코드가 있고 입장할 땐 지하철처럼 개찰기에 바코드를 찍고 들어가는데 아테네 공항버스에서처럼 굳이 직원이 표를 찢어서 훼손한다. 나는 보통 절취선이 있는 입장권을 받아왔다. 절취선은 애초에 찢어가라고 만들어 놓은 거다. 내가 가진 표에 뭔가 표시하는 건 롯데월드에서 5가지 놀이기구를 탈 수 있는 이용권을 사용할 때뿐이다. 내 표를 찢어 표시하는 건 정보를 저장하는 하나의 방식이다. 아르바이트 출퇴근 시간 찍는 것도 아니고 즐거움을 위해 한 번 간 박물관에 내가 다녀왔는지 아닌지 기억 못 할 리는 없다. 그리고 표를 찢은 건 내가 하면 되니 입장 증명이 되지도 못 한다. 그러니 표를 찢는 건 나에게 아무 의미가 없고 박물관에만 의미 있는 일이다. 그런데 내가 박물관의 정보를 저장하고 있는 꼴이다. 표를 찢는다고 무게가 늘어 내가 힘들어지는 건 아니지만 표를 찢어 표시하는 걸 보고 있자니 다른 문화에 왔다는 걸 느꼈다는 거다.
박물관 안에는 벽 장식이 많이 전시되어 있다. 모자이크로 만든 것도 있고 그린 것도 있다. 그냥 액자에 넣어 전시하기도 하고 모자이크를 뗘온 공간을 복제해서 원래 있던 것처럼 놓아두기도 했다. 여기 놓인 몇몇 벽화와 모자이크는 국립박물관에서 한 특별전에서 본 기억이 있다. 그때는 정원 그림 그려 놓는다고 방이 커 보이는 것도 아닌데 뭐 그려 놓나 했다. 또 저녁에 촛불이 그런 벽화를 비치면 참 기묘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블라디보스토크에서부터 벽에 뭔가 칠해 놓은 것이 익숙해져서인지 전시되어 있는 벽 장식이 공간을 풍부하게 만드는데 도움이 되는 것이 눈에 보였다. 사진을 넘어서 벽면을 액정화면으로 채우기도 하는데 벽화도 뒤질 것이 없다. 카메라로 녹화해서 보여주는 화면도 내가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거지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진 않는다. 예전에 진짜같이 보이던 컴퓨터 그래픽 효과가 지금보니 정말 하찮아 보이는 것처럼 사진 없던 시대는 벽화가 진짜처럼 보일 거라 본다. 그리고 화면이든 벽화든 생명 유지를 위해 벽으로 안을 만들고 밖이 그리워하는 묘한 일인 면도 있다. 벽화가 시시해 보인다는 생각을 그대로 내 방안으로 가지고 와보면 지금 놓인 벽지도 나중에는 참 우스운 일일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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