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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살 사촌의 우울(서른살 여행기)

도착: 목적지

도착은 언제 하는 걸까요? 만약 국적기면 인천행 비행기에 올랐을 때 도착했다고 할 수 있고 외항사면 인천에 비행기가 내려 탑승교를 건널 때 도착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집에 도착했을 때로 도착을 본다고 해서 뭐라고 할 사람도 없지요. 생각하기 나름이에요. 그렇다고 전혀 터무니없는 걸 도착이라고 하진 않습니다. 여행을 나설 때 도착했다고 하진 없고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탔을 때 도착이라고 하지도 않아요. 제 도착은 언제 시작되었을까요? 면세점에서 돌아올 곳을 생각하며 아버지의 술과 친구의 담배를 살 때라고 봅니다.
성공한 여행의 도착지는 결국 출발지입니다. 바다에 나가서 아무리 많은 물고기를 잡아도 난파당하면 그 배의 어부들이 얼마나 위대했는지 아무도 몰라요. 여행 중에 아무리 엄청난 경험을 해도 아직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되돌아오는 순간 그 수많은 경험에 정착액이 뿌려지며 고정됩니다. 되돌아와야 여행이 완성돼요. 제가 되돌아와야 할 곳은 내가 출발했던 우리 집이지요.
인천 공항에 내려 기분 나쁜 인도 면세점 종이봉투를 들고 집으로 향했습니다. 여행을 시작할 때처럼 되돌아가는 길이 특별하지 않았어요. 한 달은 긴 시간이긴 하지만 학교 가던 길이 낯설어질 만큼 긴 시간은 아닙니다. 집에 무사히 도착했어요. 밤에 다리에 쥐가 나서 잠에서 깼습니다. 동생이 옆방에서 떠드는 소리가 중국 사람이 떠드는 소리인 줄 알았어요. 내가 집에 있다는 사실을 까먹었었지요.
여행 다녀온 다음 날이라고 특별할 리 없어요. 여행 중에 이용했던 버스회사와 항공사의 스팸 메일이 내가 여행 다녀왔다는 사실을 알려줄 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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