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에 오로라 보는 것 외에는 보너스 일정이다. 모스크바에서도 그냥 푹 쉬다 떠나려고 했는데 참 사람 욕심이 그렇다. 이럴 거면 차라리 여유를 갖고 공부를 하고 여행을 왔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해서 아쉽다. 성 바실리 성당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없으니 보이는 것도 없다. 그냥 테트리스 속 그 건물이지 뭐. 바실리 성당이 있는 붉은 광장은 예전부터 러시아의 중심지다. 성당 안은 박물관으로 꾸며져있다. 성당에 관한 것 뿐 아니라 러시아의 역사나 문화에 관한 내용도 엿볼 수 있다. 그 내용을 보니 나는 참 러시아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 그냥 하얀 피부에 푸른 눈이니 교과서에 나오는 서양 사람과 같은 족속으로 생각했는데 이 사람들은 서양 사람도 아니고 동양 사람도 아니다. (이건 열차 안에서 생활하면서 받은 느낌이기도 하다.) 여튼 성당 내부에는 눈에 익지 않은 모양과 색이 많다. 그리고 모자이크나 조각보다는 그려 놓은 것이 많다. 나무에든 벽에든 단순한 무늬에서부터 사람까지 뭔가 그려놓은 것이 많고 눈에 잘 띈다.
바실리 성당을 나와서 아르바트 거리로 향해 걸었다. 모스크바 거리도 바실리 성당 안처럼 칠로 마감한 것이 눈에 많이 띈다. 상아 색이나 옥 색으로 마감한 건물들은 자동차가 눈 녹은 더러운 물을 튀기면 그 자국이 그대로 남는다. 그런데 전체적으로 말끔한 건물들을 보면 지속적으로 관리하는가 보다. 차라리 돌로 마감했으면 흙탕물 튄 것정도는 비 한번 오면 깔끔해질 텐데 그렇지 않은 데에는 뭔가 이유가 있을거다. 특별히 출퇴근 시간이 아닌데도 차가 엄청 막힌다. 여기서 버스를 타는 것은 정신 건강에 썩 좋지 못하다. 몇가지 더 말하면 우리나라는 도로에 가설 매장을 만들면 전선을 그냥 널브러뜨려 사람들이 밟고 지나가는데 이곳은 턱을 만들어서 그 안에 선을 정리한다는 점과 스타벅스가 있었다는 점 정도.
체크인을 하고 간단히 먹을거리를 샀다. 마트에서 기억에 남는 일은 무슨 소련 시절 배급이 빵꾸난 것 마냥 매대가 드문드문 비어있어 허전했다는 점과 감자 과자를 과자 코너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술 옆에서 있다는 점 그리고 마트 즉석식품은 무게를 측정해서 가격을 붙여주는데 계산대에서 음식의 무게를 다시 쟀다는 점이다.
솔직히 모스크바에는 큰 기대도 없었고 뭐가 있는지도 잘 몰랐기 때문에 단편적인 인상만 남아 있다. 크고 아름다운 지하철과 미묘하게 어긋나는 미감들로 모스크바를 요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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