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ies
서른 살 사촌의 우울(서른살 여행기)

묘한 빗나감 – 모스크바: 국립 역사 박물관

[그림 61] 국립 역사 박물관 천장 벽화
모스크바 크렘린은 경복궁 같은 유적이 아니라 지금도 기능합니다. 크렘린 안에는 대통령 관저도 있지요. 그래서 다닐 수 있는 동선이 제한되어 있고 길을 잘못 들었다 싶으면 경비가 와서 더 이상 진입하지 말라고 막아섭니다. 무기고 전시 구역과 크렘린 안의 성당 구역을 다 둘러봤다면 접근할 수 있는 공간은 몇몇 조형물과 전시들입니다. 눈에 익지 않은 가구나 그릇들이 전시되어 있어요. 전시실의 위치가 성당 지하나 크렘린 내부 건물 안이어서 전시물 뒤로 원래 있던 낡은 공간을 엿볼 수 있는 점도 흥미롭습니다.

[그림 62] 모스크바 강에서 바라본 크렘린
크렘린을 나온 뒤 붉은 광장으로 돌아가서 국립 역사 박물관에 들렸습니다. 늦게까지 문을 여는 날이어서 오후에 입장했지만 충분히 돌아볼 수 있었어요. 크렘린 내부 전시도 그렇지만 박물관 안도 참 뭐가 많습니다. 크렘린 안 성당에는 북조선 느낌이 나는 글자체로 만들어진 한글 설명서가 있었는데 이 박물관 안에서는 영어 설명도 찾기 어려운 점은 아쉽습니다.

영국 박물관이나 루브르 박물관에는 눈에 익은 전시물도 많았고 교과서에서 나오는 좋은 그림과 조각도 많았어요. 그러니까 귀중하고 비싸다고 이야기되는 게 많았지요. 러시아에서 영국 박물관이나 루브르 박물관에 비교되는 건 에르미타지 미술관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역사 박물관에 눈에 익은 전시물이 없는 이유도 있을 겁니다. 그렇지만 전시를 보며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드는 건 러시아를 지금껏 저에게 익숙한 서양의 관점으로 바라봐서입니다. 더 자세히는 푸른 눈에 하얀 피부 하면 으레 미국이 생각나니까 푸른 눈과 하얀 피부를 지닌 사람이 사는 러시아를 보면서 미국의 기대를 품은 거지요. 제가 아는 서양하면 뭔가 실용적일 거 같고 불필요한 예절은 삼갈 거 같은 기대가 있는데 러시아는 서구와 다른 나라입니다. 사람이 손수 외투와 가방을 받아서 보관해주기도 하고 소화기를 눈에 거슬리지 않게 나무함에 넣어 놓는 나라이지요. 하긴 건물 외부나 내부의 색부터 미묘하게 어색한 느낌이 납니다. 러시아에 오기 전까지만 해도 저는 옥색 건물을 잘 보지 못했어요.

기념품들은 박물관에서 전시물 못지않게 흥미로운 부분입니다. 전시물은 굳이 제 마음에 들 필요가 없으니 도도하게 있는데 팔려야 하는 기념품들은 제 마음에 들려고 노력하지요. 잘 정돈된 점포에서 적당한 가격이 매겨진 물건을 파는 모습이 편하게 다가오기는 하지만 정신없는 시장 바닥에서 하나라도 더 팔려고 노력하는 상인의 모습도 매력 있습니다. 그런데 기념품 가게에 제가 사고 싶은 물건이 없는 걸 보면 저는 신경 써야 할 범주에 드는 손님은 아닌가 봅니다. 선물하기 위한 기념품을 하나 사서 나왔습니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