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박물관이나 루브르 박물관에는 눈에 익은 전시물도 많았고 교과서에서 나오는 좋은 그림과 조각도 많았어요. 그러니까 귀중하고 비싸다고 이야기되는 게 많았지요. 러시아에서 영국 박물관이나 루브르 박물관에 비교되는 건 에르미타지 미술관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역사 박물관에 눈에 익은 전시물이 없는 이유도 있을 겁니다. 그렇지만 전시를 보며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드는 건 러시아를 지금껏 저에게 익숙한 서양의 관점으로 바라봐서입니다. 더 자세히는 푸른 눈에 하얀 피부 하면 으레 미국이 생각나니까 푸른 눈과 하얀 피부를 지닌 사람이 사는 러시아를 보면서 미국의 기대를 품은 거지요. 제가 아는 서양하면 뭔가 실용적일 거 같고 불필요한 예절은 삼갈 거 같은 기대가 있는데 러시아는 서구와 다른 나라입니다. 사람이 손수 외투와 가방을 받아서 보관해주기도 하고 소화기를 눈에 거슬리지 않게 나무함에 넣어 놓는 나라이지요. 하긴 건물 외부나 내부의 색부터 미묘하게 어색한 느낌이 납니다. 러시아에 오기 전까지만 해도 저는 옥색 건물을 잘 보지 못했어요.
기념품들은 박물관에서 전시물 못지않게 흥미로운 부분입니다. 전시물은 굳이 제 마음에 들 필요가 없으니 도도하게 있는데 팔려야 하는 기념품들은 제 마음에 들려고 노력하지요. 잘 정돈된 점포에서 적당한 가격이 매겨진 물건을 파는 모습이 편하게 다가오기는 하지만 정신없는 시장 바닥에서 하나라도 더 팔려고 노력하는 상인의 모습도 매력 있습니다. 그런데 기념품 가게에 제가 사고 싶은 물건이 없는 걸 보면 저는 신경 써야 할 범주에 드는 손님은 아닌가 봅니다. 선물하기 위한 기념품을 하나 사서 나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