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까지는 전철과 버스를 타고 갔어요. 공항 철도가 있지만 공항에 빨리 가서 할 게 없고 가격도 훨씬 비싸기 때문입니다. 낮에 너무 돌아다녀서 허리 아픈 걸 투덜거리며 그리고 모스크바의 추위와 교통 체증을 경험하면서 공항으로 갔어요.
브누코보 공항은 블라디보스토크 공항 못지않게 추웠습니다. 출발층에는 의자 하나 없어요. 음식점이 있는 위층에 가면 쉴 수 있는 의자가 조금 있습니다. 이 공항은 블라디보스토크 공항보다 공간 인심이 야박하지만 카페나 음식점의 공간 인심은 똑같습니다. 가게 안에 탁자와 탁자는 아주 큼직하게 떨어져 있어요. 화장실도 어디 구석에 하나씩 있습니다. 밖에 나가면 느끼지만 우리나라는 정말 화장실 인심이 좋은 나라입니다.
공항에는 꽃 자판기도 있어요. 참 이 나라는 꽃 보기가 쉽습니다. 블라디보스토크도 그렇고 모스크바도 그렇고 동상이 하나 있으면 꼭 아래 꽃이 몇 개 놓여 있어요. 심지어 역 안에 있는 조형물 아래도 꽃이 놓여있지요.
대륙 안에서 이동할 때 유일하게 저가항공을 타지 않은 여정입니다. 항공기 안에서 먹은 기내식이 지금까지 여정 중에 처음으로 먹은 따듯한 음식이었어요. 정말 살다가 기내식에 그렇게 만족하기는 처음입니다. 항공권을 구매할 때면 타봐야 몇 시간이니 아무 비행기나 상관없다고 생각했어요. 그 돈으로 더 좋은 숙소를 묵거나 더 좋은 음식을 사 먹으면 될 일이지요. 사실 이 항공권도 저가 항공과 얼마 차이 나지 않아 선택한 겁니다. 그런데 처음으로 항공사 서비스 비용이 아깝지 않았어요.
한숨 자고 일어나니 착륙할 때가 다 되었다고 창을 열라는 안내 방송이 나옵니다. 동이 텄는데 창 너머로는 파란색부터 빨간색 사이의 모든 색이 나타나 있었어요. 기내 시계는 터키 현지 시간이 1시간 느리게 표시되어 있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일광절약시간이 적용되지 않은 상태였어요. 시계를 살펴본 건 제대로 도착했을 때 저에게 주어진 환승 시간이 1시간이기 때문입니다. 비행기 놓치는 경험도 재미있을 거로 생각했지만 내심 설마 환승 못 할 거란 생각은 안 했어요. 좀 늦으면 항공사에서 마중이라도 나와줄지 알았지요.
아! 러시아 사람들은 착륙하면 박수를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