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여 육칼을 먹었다. 환상이 이루어진 것 같다. 꿈만 같은 일이다. 육칼이 나의 환상이 된 것은 별 이유가 없다. 처음에는 관심이 없었는데, 두 번째 지나갈 때 먹고 싶었다. 왜 먹고 싶었는지 더 설명해야 한다. 나는 육개장을 좋아하고 내 어머니는 육개장을 꽤 끓이신다. 그런데 모종의 이유로 육개장이 식탁에 오르는 일이 적었고, 오른다 해도 덜 매운 육개장을 먹었기 때문에, 빨간 국물의 육개장이 생각났다. 또 가게 앞에 사람들이 줄 서서 먹으니까 비교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내가 의미 있게 받아들인 요인이 이 두 개인 것이다. 육칼이 환상이 되는 과정에서 내가 알아차리지 못한 것이 있고 가볍게 여겨서 잊어버린 요인도 많다. 여차여차해서 육칼은 내 환상이 되었다. 그리고 여러 번 육칼 가게 앞을 지나갈 때마다 다양한 이유로 육칼을 먹지 못했고, 심지어 작심하고 간 날에 가게 문이 닫힌 것을 보았을 때는 정말 육칼이 세상의 전부인 것처럼 되었다. 내 모든 일이 잘 풀리지 않는 것이 육칼 때문으로 여겨질 정도가 되었고, 육칼을 먹으면 모든 일이 잘될 것 같았다. 육칼에 가까이 갈수록 육칼을 나에게서 멀어졌고 나는 육칼을 더 원하게 된 거다. 그러다 오늘 육칼을 먹었다. 충분히 시간을 두고 먹었음에도 몸이 축 처졌다. 분비는 가게 속에 정신이 없어서 라고 생각했지만 집에 오는 길에도 피곤함과 몽롱함은 여전했다. 손에 잡힐 것 같지 않던 환상적인 것을 이루었고 사실 알고 보니 별 것 아니라는 허무함에서 오는 느낌이 아니다. 환상은 잡으려 하면 늘 어디론가 도망간다. 환상적인 육칼을 먹었을 때 나를 홀렸던 환상은 이미 어디론가 날아가서 내 눈에 들어오길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육칼이 그릇에 담겨 내 앞에 놓였을 때 내가 육칼에서 본 환상은 이미 다른 곳으로 떠났다. 육칼이 앞에 놓여있을 때는 분명 좋았다. 먹고 나서가 문제다. <<오뒷세이아>>를 보면서 이상하게 생각된 점이 하나 있다. 이 사람들은 열심히 일한 다음에 먹지 않는다. “자! 이제 먹고 마시는 욕망이 해결되었으니, 우리 이제 심각하게 그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해 봅시다”라고 하는 식이다. 일하지 않고 먹은 것도 스스로 답답한 일이기는 하나 어떻게 잘 합리화하고 육칼을 마주 대했는데, 밥 먹고 일하는 이상한 사람들에게도 이해받지 못하게, 밥 먹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니 마음이 심란해서 그런가.
Categor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