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배동 육칼 앞을 처음 지나간 것은 한 2년 전이다.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고가 아래 우중충한 가게였다. 간판이 깔끔한 것도 아니었고 인테리어가 좋아 보이지도 않았다. 가게 앞은 유리로 되어있었다. 요즘 만들어진 상점들이 사용하는 통유리는 아니었고, 금속인 갈색 틀로 나뉜 창이었다. 문이 잘 안 맞으면 혐오스런 쇳소리를 내는 그 창틀이다. 그리고 점심시간이 지났는데도 가게 앞으로 몇 명의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처음 봤을 때는 육개장이 얼마나 맛있으면 줄 서서 기다리나 싶었다. 내가 아직 죽을 만큼 맛있는 것을 못 먹어봤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아무리 맛있어도 먹다보면 배부르고 그러면 금세 못 먹게 되니까 그렇다고 토하고 다시 먹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래서 못 먹을 정도만 아니면 맛에 크게 이끌리지는 않았다. 맛보다는, 철제 공기나 플라스틱 식기 같은 것이 아닌, 사기그릇 같은 괜찮은 식기에 끌리곤 했다. 그렇다고 엄청난 것은 아니고 식판에 몰아주는 학생식당보다야 그릇을 따로 주는 교직원 식당이 끌리는 정도다.
그런데 이번 2월에 육칼 앞을 지나가는데, 저 육칼을 꼭 먹어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뒤로 몇 번 육칼 앞을 지나갔는데 꼭 밥시간이 맞지 않아서 먹어보지 못했다. 먹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못 먹으니 정말 먹고 싶었다. 그래서 작심을 하고 갔다. 그런데 일요일은 쉰단다. 갓! 먹는 것에 이렇게 끄달려 보기는 처음이다.
먹고 산다고 하는 것처럼 먹는 것과 사는 것은 엄청 가깝다 못 해서 거의 하나처럼 느껴진다. 먹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못 먹으면 꼭 죽게 된다. 생각해보면 나는 먹는 것에 실패한 적이 없다, 못 먹은 적이 없다. 동물의 왕국에서 나오는 사냥에 실패한 사자의 심정이 내가 육칼을 먹지 못한 것과 다르겠지만, 생존이 그냥 되는 것이 아니라 꽤 노력해야 한다는 점, 그리고 이 생각으로 지금까지 마음에 들지 않거나 이해되지 않던 일들을 다시 돌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네가 사는 게 얼마나 힘든 줄 아느냐는 꽉 막힌 반응을 풀어보고 싶은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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