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비행기를 타고 블라디보스톡으로 출발했다. 러시아 국적기는 북한 영공을 통과할 수 있어서 우리나라 비행기보다 빠르게 도착한다. 새벽 비행기가 빨리 도착한다고 별다른 것이 있는 것이 아니다. 난방도 빵빵하지 않으면서 단열에 좋지 못한 유리를 처바른 공항 건물을 원망할 시간만 늘 뿐이다.
공항에 도착하니 곤봉을 뱅뱅 돌리며 건들거리는 경찰들이 눈에 띄었다. 입국심사대는 위아래로 막혀있고 문이 달려있어서 건너편이 보이지 않는다. 약간 높은 책상과 특별히 문이 없거나 유리문을 갖춘 입국심사대에 비교하면 고압적으로 느껴졌다.
면세구역의 문이 열리고 눈에 딱 들어온 것은 옹기종기 모여 보드카 병나발을 불던 너덧 명 정도 되던 아재들이다. 러시아에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택시 삐끼가 붙어 오니 역시 이곳도 사람 사는 곳이라고 안심했다.
오로라를 보고 싶다는 헛바람이 들어서 시작한 여행이다. 막상 오로라를 보러가려고 예산을 따져보니 직항으로 가나 중간중간 여러 도시를 들르나 교통비는 비슷했다. 특별히 들르고 싶은 도시가 있던 것은 아니고 교통비가 싼 여정을 찾고 이어 붙였다. 오로라 보는데 돈이 많이 들기도 하고 다른 일들은 오로라의 보너스 격이니 크게 욕심이 없었다. 그래서 공항에서 날이 뜨기를 기다렸다.
러시아는 땅이 커서 그런지 공간 인심이 좋다. 의자 좌판도 다른 나라보다 좀 크다. 공항 의자에 팔걸이만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람들이 여기저기 모여 이야기하는 소리가 나긋나긋하게 들렸다. 외할머니댁에 가서 어머니 무릎에 기대 졸면 어른들의 목소리가 기분 좋게 들리곤 했는데 여기서도 비슷했다.
날이 밝으니 좀 분주해졌는데, 수화물에 랩을 씌우는 소리가 자주 들렸다. 찌찌직하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는데 승객들이 공항 수화물 처리를 썩 믿지 않나 보다. 조금 시간이 지나다 보니 붉은빛 도는 브로치를 가슴에 꽂은 낯선 우리말을 쓰는 무리도 래핑을 했다. 이들을 봤을 때는 북한 영공이 별 느낌 안 들었던 것처럼 무덤덤했는데 할매할배들에게는 좀 다른 느낌일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있다 유심을 사고 블라디보스톡 역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