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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순이와 동네 산책 일기

산책길은 여행길이 될 수 있을까?

똑순이는 매일 가는 산책길을 늘 신기하게 본다. 늘 새로운 곳의 냄새를 맡고 전에 가보지 않은 곳으로 나를 잡아끈다. 그에 비해 난 산책길에 흥미가 다 떨어져 버렸다. 원래는 매일같이 여행가는 기분으로 산책을 나서려고 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산책길에서 새로움이 느껴지지 않았다.

늘 저녁 무렵에 산책을 가다가 오늘은 아침에 산책을 나왔는데 산책길이 새롭다. 그림자의 각도도 다르고 하늘 빛도 다르다. 코로 들어오는 냄새도 다르다. 매일 갔던 길인데 낯선 여행지를 걷고 있는 느낌이다. 원래 내가 하고 싶었던 여행 같은 산책을 다시 하고 있는 것이다.

똑순이와 길을 걷다가 떨어지는 도토리를 봤다. 산책길은 이렇게 우연으로 가득 차 있는데 나는 왜 이 길을 일상적인 것으로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이 길을 다니는 횟수가 늘수록 내 마음은 이 곳에는 새로운 것이 없다고 이내 단정해버려서 여러 변화에 무뎌져 버린 것일지도 모른다.

어느 날 지하철 노약자석 근처에 서 있는데 어느 두 노인의 대화를 들을 기억이 난다. 그 두 노인은 늙음을 호기심이 없어지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산책길에 익숙해진 난 저 둘의 정의에 따르면 늙은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다른 시간의 산책길에서는 새로움을 발견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앞으로 아침에 산책을 가려 한다. 당분간은 새로운 것을 많이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아침 산책길은 내가 저녁 산책을 할 때처럼 매일 같은 것이 아니라 똑순이가 산책하는 것처럼 호기심의 대상이었으면 좋겠다. 매일 여행하는 마음으로 산책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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