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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순이와 동네 산책 일기

산책 길에 만나는 개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오늘도 똑순이와 산책을 나왔다. 산책을 나와서 도로 끝에 이를 때까지 똑순이와 나는 여러 개들을 만난다. 우선 처음 만나는 개는 얼굴을 본 적은 없고 담장 너머로 짖는 소리로만 확인할 수 있다. 담장 넘어 개소리를 듣다 보면 두 마리의 강아지들이 짖기 시작하는데 무슨 사저인지 지금은 어디론가 가버렸다. 그리고 곧바로 윤빈이를 만난다. 늙고 작은 개로 몇 년 전에 다른 개에게 물려 한쪽 눈을 잃은 개다. 그리고 윤빈이랑 같은 집에 두 마리가 더 있는데 길에서 멀리 있고 짖지도 않는다. 그다음 집에는 세 마리가 있다. 한 마리는 마당에, 다른 두 마리는 밭에 묶여있다. 이 세 마리는 사람이 가면 짖고 차가 가면 짖지 않는다. 시골은 보통 차를 타고 손님이 찾아오는데 차를 향해 짖지 않으니 집 지키는 용도로는 꽝인 개들이다. 차는 크니 쫄아서 못 짖는 것 같다. 마지막으로 도로 끝에 거의 다 왔을 때 가드레인에 묶여 있는 개 한 마리가 있다. 엄청 사납게 짖는다. 똑순이도 늘 이 개에게 달려들려고 해서 이 앞을 지날 땐 긴장해야 한다.

나는 산책길의 개들 지나칠 때면 늘 저 개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짖는지 궁금하다. 똑순이에게 구조 신호를 보내는 것인지도 모른다. 자신을 풀어달라고 온 힘을 다해 외진다고 생각하니 괜히 기분이 언짢아진다. 그런데 개들이 집을 나간 뒤에 다시 자기 집으로 돌아오는 것을 생각해보면 개들은 자신들이 묶여있는 곳을 안전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똑순이에게 밖은 위험하니 어서 집으로 돌아가라고 짖는 것일지도 모른다.

모르는 이야기는 그만하자. 나는 산책길에 개 짖는 소리를 들을 때 똑순이가 부러워서 짖는다는 생각을 가장 많이 한다. 산책길 개들은 묶여서 몇 발자국밖에 못 움직이는데 똑순이는 비록 나에게 묶여있긴 하지만 그래도 비교적 자유롭게 뛰놀고 있으니 부러워할 법하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생각하니 나는 저 개들의 주인보다는 좋은 주인이라고 자만하게 된다. 

산책하는 짧은 시간 속에서도 내 알량한 자존심을 찾기 위해 여러모로 노력하는 것을 다시 보고 있자니 나는 영락없는 밴댕이 소갈머리를 가진 사람이다. 그래도 이렇게라도 똑순이와 산책을 나는 것이 집에만 있는 것보다 똑순이에게 더 좋을 거라고 위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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