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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살 사촌의 우울(서른살 여행기)

새로운 만남

많은 사람이 떠난 자리들은 곧 다시 채워졌다. 내 윗 자리도 마찬가지다. 내가 침구를 정리하고 테이블을 만들어놨는지 아니면 자리를 찾는 사람이 와서 테이블을 만들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여튼 새로 온 사람은 내 앞에 앉았다. 나를 보고 앉지는 않고 복도를 향에 앉아서 손을 밖으로 펼쳐보이거나 머리를 감싸는 쥐었다. 내 앞에 앉은 사람은 늘 그랬다. 다른 이들과 다르게 바로 바로 자리를 정리하지 않고 멍하니 복도를 보고 앉았다.
내 앞에 앉은 사람은 고생한 티가 났다. 옷도 해져있었고 이도 잘 관리되지 않았다. 피부도 좋지 않았고 손도 크고 거칠었다. 그는 일어나서 잠자리를 만들고 등산화 같이 두꺼운 신발을 대충 벗더니 갑자기 바지를 훌렁 벗었다. 바지 속에 열차에서 편하게 입을 바지를 하나 더 입고 있었다. 그리고 잤다.
나는 아래 누워서 위에 사람과 어떻게 지낼지 말 그대로 계산하고 있었다. 내 또래 같아 보이는데 인사는 하고 지낼지 아니면 금방 내릴지 모르는데 그냥 입다물고 있을지 고민했다. 입다물고 있으면 지난번에 탔던 사람처럼 아래 안 내려올 거라는 생각도 했다. 아래 안내려오면 테이블을 만들이 않아도 되니 나는 계속 편하게 누워갈 수 있다.
머리 속으로 이것저것 생각하는데 위에 사람이 내려왔다. 그리고 내 이부자리를 위로 올리라는 시늉을 했다. 별수 없었다. 조용히 누워갈 생각을 포기하고 인사라도 나누기로 마음먹었다. 그 사람은 앉은 뒤 가방에서 먹을 것을 꺼냈다. 당근이 주로 들어간 요리와 고기 요리 두 가지 그리고 빵 계란이었다. 컵도 식기도 가방에서 나왔다. 나에게 한 번 먹을거냐고 권한 것을 사양했는데 그 뒤로 나는 처다보지도 않고 먹었다. 인스턴트만 먹은 었기에 엄청 맛있어 보였다.
인사도 하고 대충 의사소통을 했다. 나와 같이 모스크바 까지 간다고 한다. 혼자 조용히 누워가긴 글렀다. 그는 식사를 마치고 나에게 차를 권했다. 물론 한 번 사양했는데 제차 권하지 않아서 마시는 것만 처다봤다. 차까지 마시니 이제 자기는 올라가서 잔다는 몸짓을 한다. 나도 다시 이불을 깔고 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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