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어나서 처음 서브웨이에 갔다. 서브웨이는 샌드위치를 파는 가게다. 서브웨이가 국내에 언제부터 있었는지 찾아봐야 할 일이지만 내 기억에 서브웨이가 새겨진 일은 파리에서 생겼다. 그런데 서브웨이에 들어가서 뭘 먹은 기억이 아니다. 눈 오는 날 오르세 미술관으로 걸어가는데 길 건너편 매장을 본 게 전부다. 결국 시간이 더 지나고 먹은 음식이 샌드위치였으니 엄청 맛있는 식사를 하려 서브웨이를 지나친 것은 아니다.
- 샌드위치랑 관련된 이야기가 더 있다. 서브웨이를 먹지 못하고 파리를 떠나 도착한 곳은 스페인이었다. 스페인에서는 보까디요라는 샌드위치로 번역될 수 있는 음식을 자주 접했는데, 한 일주일 지나니 굳이 사 먹을 필요 없이 만들어 먹는 게 싸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형마트가 보이면 바게트 몇 개와 참치 그리고 치즈나 하몽같은 것을 사서 한 끼를 해 먹었다. 개중에 나는 참치가 참 마음에 들었다. 우리나라와 다른 식감이었고 참치를 담근 액체도 맛이 달랐는데 빵에 스며들면 묘한 맛을 냈다.
- 보까디요의 추억 때문인지, 처음 간 서브웨이에서는 참치 샌드위치를 시켰다. 각주구검 같은 설명이지만, 선택할 수 있는 6가지 빵은 3행 2열로 그려져있었는데 나는 2행 1열에 있는 빵을 골랐다. 치즈는 체다가 들어간 채 썬 치즈를 그리고 특별히 빼달라고 한 야채는 없다. 소스는 선택하지 못해서 직원에게 맡겼다. 음료로는 콜라를 담았고 해시 브라운도 더했다. 샌드위치를 다 먹고나서 쿠키가 맛있다는 소리에 초코칩 쿠키 하나를 더 사 먹었다.
- 주문할 때 샌드위치 크기를 정하는 단위가 독특하다. 보통 라지나 스몰 같이 크거나 작음을 나타내는 단어로 크기를 선택할 수 있게 하는데 서브웨이는 빵의 길이를 정량적 단위인 센티미터로 선택할 수 있다. 빵 길이를 국제단위계인 미터법으로 정할 수 있게 한 점에서 숫자만 보고 판단하는 과학자나 화계사를 마주한 것 같은 냉냉함이 느껴진다.
- 그러나 서브웨이는 무척이나 따듯한 가게다. 일단 내가 샌드위치 만드는 과정을 지켜보고 여러 선호를 반영할 수 있다. 또 패티 굽는 사람은 패티만 굽고 고객 응대하는 사람은 고객 응대만 하는 것처럼 철저하게 분업화된 맥도날드나 롯데리아와는 다르다. 주문을 하고 샌드위치를 만드는 것을 보고 결제할 때까지 3명의 직원과 눈맞추고 대화했으니 사람이 그리울 때 가면 좋은 음식점이다.
- 이렇게 한 끼를 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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