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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치로 본 세계

시베리아 위의 안락처: 1.03m^2

시베리아횡단철열차에 오른지 벌써 3년이 넘었다. 당시에 기록해 놓은 치수가 있는데 기억이 더 희미해지기 전에 기록해 둔다.

마지막 학기를 종강하고 나는 러시아로 갔다. 저녁 비행기로 블라디보스톡 공항에 도착한 뒤 첫차를 기다릴 때 보았던 러시아 아저씨들이 옹기종기모여 보드카 병나발을 불던 모습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횡단 철도에 오른 것은 특별한 이유가 있던 것은 아니다. 철도를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소원같은 일일 수도 있지만 나는 그냥 가서 탔다. 철학과를 졸업하고 할 것이 없는 심난함에서 잠시 눈을 돌리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열차 안에서는 마음이 참 편했다. 아무 생각을 하지 않아도 나는 목적지로 향하고 있다는 안도감 때문이 었다. 그래서 열차에서 내릴 때가 다가오면서 열차가 더 달리길 기원하기까지 했다.

혼자 탄 열차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었다. 나는 침대는 1층이었는데 2층 사람이 내려오면 침대를 접어서 의자와 탁자로 만들어야 했다. 그래서 처음에는 앉아있었는데 나중에는 1제곱미터를 겨우 넘기는 침대에 꼭 붙어있었다. 살벌한 시베리아를 따듯한 침대에 누워 구경하는 것은 겨울에 전기장판을 켜놓고 이불을 뒤집어 쓴 채로 창문을 열어놓은 것에 비할 수 없이 행복한 일이다.

블라디보스톡에서 모스크바까지 일주일은 짧지 않은 시간이어서 여러 일이 있었지만 지금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나도 내가 적어 올린 여행기를 가끔 보며 회고하는 수준이다. 그래도 혹독한 시베리아를 따듯하게 횡단한 것을 잊지는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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