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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살 사촌의 우울(서른살 여행기)

시베리아 황단 열차 내부 #2

삼등석은 침대 여섯 개를 한 조로해서 주욱 붙어있다. 두 개의 이 층 침대는 열차 진행 방향에 직각으로 서로 평행하게 놓여있고 그 가운데에는 창문과 작은 탁자가 있다. 서로 평행한 일 층 침대 두 개는 상부가 들리고 아래 칸에 짐을 넣을 수 있다. 이 층 침대 위는 이불이 놓인 선반이 있다. 나머지 하나의 이층 침대는 평행한 두 이층 침대와 복도를 두고 열차 진행 방향으로 놓여있다. 이 일층 침대는 세 부분으로 분리되고 가운데 부분을 들어 올려서 고정하면 탁자가 된다. 그럼 움직이지 않은 양쪽은 자연스레 의자가 되고 그 아래는 짐을 넣을 수 있는 공간이다. 나는 자리가 없어서 진행 방향으로 놓인 침대를 잡았는데 낮에는 위 칸 사람이 아래 앉아있기 때문에 침구를 정리하고 탁자를 만드는 게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니었다.

앞쪽 화장실과 뒤쪽 화장실은 따로 객실과 문으로 분리되어 있고 여기서 문을 하나 더 열고 나가면 문이 세 개가 나온다. 열차 진행 방향 쪽으로 있는 문은 다음 칸으로 넘어가는 문이고 양옆으로 있는 문은 열차를 타고 내릴 때 쓰는 문이다. 여기서 사람들은 열차 안을 순찰하는 경찰을 피해 몰래 담배를 피운다.

사람들은 뒤쪽 화장실 쪽으로 쓰레기를 들고 가서 빈손으로 돌아오곤 해서 나도 쓰레기를 가지고 나갔는데 쓰레기통이 없었다. 그래서 화장실처럼 창밖으로 쓰레기를 버리는 것이 로씨아의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차마 창밖으로 버리지는 못하고 휴대전화 신호가 잡힐 때 쓰레기 버리는 법을 검색해 봤다. 객실에서 뒤쪽 화장실로 넘어가는 문을 열면 창가 아래 의자처럼 보이는 것이 있는데 상판을 위로 들어 올려보면 쓰레기통이다. 난 붉은 글씨로 뭐라 쓰여있길래 비상용품을 보관해놓은 함인 줄 알았다. 쓰레기통도 못 찾는다니 비통한 일이다.

열차의 물리적인 부분은 이 정도다. 굳이 더 적는다면 아주 두꺼운 창문이 생각난다. 그냥 두꺼운 것이 아니라 두 겹으로 만들고 그사이에 열을 잘 전달하지 못하는 물질을 채워서 봉인한 창문이다. 그리고 무게감 있고 꽉 닫히는 문 정도가 특기할 만하다. 이 열차랑 물리적인 부분이 같은 열차를 한국에서 운영해도 내가 겪은 경험을 그대로 만들지는 못한다. 열차를 채운 사람들이 다르기 때문이다. 열차에서 겪은 일들은 뒤에 하나둘 정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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