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탄 모스크바행 열차는 99번 열차다.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보스톡행이 되면 100번이 되는 식이다. 러시아의 철도 시스템에서는 번호가 작을수록 좋은 열차라고 한다. 한 자리 대 열차도 있었는데 걸리는 시간도 빠르고 시설도 좋다. 나는 너무 급하게 출발하느라 표를 구하지 못했다.
99번 열차 삼등석 칸에는 두 명의 차장이 교대로 근무한다. 상냥하지는 않지만 꼭 필요할 때 무심하지는 않다. 차장은 내려야 할 곳이 다가오면 미리 알려주고 검표하는 것뿐만 아니라 청소도 하고 작은 매점도 운영한다. 특별한 일이 없을 때 차장은 이 매점을 보면서 주석 손잡이가 달린 유리컵을 빌려주거나 침구를 되돌려 받는다. 또 정차할 때 차량을 살피기도 하고 팔 길이 정도 되는 도끼로 차량에 붙은 얼음을 제거하기도 한다. (할까 말까 하다가 하는 이야기인데 내가 탄 칸 차장 둘은 여자다. 철로 곳곳에도 여자 임노동자들이 꽤 있다. 이 이야기는 나중에 해야겠다.)
두 명의 차장이 담당하는 한 칸은 앞뒤로 화장실이 있다. 앞 화장실은 뜨거운 물이 나올 때도 있었다. 뒤쪽은 온수 꼭지가 있기는 한데 나오지는 않았다. 수도꼭지는 온수와 냉수 밸브가 있고 물이 나오는 곳은 막대로 막혀있는데 이를 밀어 올리면 물이 졸졸 흘러나오는 구조다. 처음에는 손도 씻기 어려웠는데 나중에 가니까 샤워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변기는 좌변기인데 물을 내리면 철로가 보인다. 정말 추울 때는 그 잠깐 사이에 한기가 느껴지기도 했다. 철로에 오물을 바로 뿌리는 구조이기에 역이나 큰 도시 주변에서는 화장실을 잠근다.
러시아도 사람 사는 곳인지라 스마트폰도 꽤 보인다. 그런데 콘센트는 네 개뿐이다. 사실상 두 개는 화장실 안에 있어서 쓸모없고 뒤 화장실 밖에 있는 콘센트와 앞 화장실 밖 온수기 옆에 있는 두 개의 콘센트가 전부다. 이 두 개도 늘 작동하는 것이 아니고 되었다 안 되었다 한다. 또 꼽아 놓는다고 해도 누가 뽑고 자기 것을 충전하기도 한다. 모스크바 가는 동안 콘센트 때문에 사람들이 끼리 큰 소리가 오가기도 했다.
하루 한 시간 천자가 목표치인데 분량 조절에 실패했다. 열차의 물리적은 부분은 다음에 더 적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