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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살 사촌의 우울(서른살 여행기)

아테네

다시 출국 수속을 했다. 공항 보안 검색에 잡해서 줄자를 뺏겼다. 지금까지 별일 없이 들고 다닌 게 이스탄불에서도 문제 없을 걸 보장하진 않지만 비행기를 놓치기 전 환승 수속에서 문제 되지 않았는데 뺏기니 좀 그랬다. 그래도 낯선 곳에서 투닥투닥해 봤자 좋을 거 없어보이고 줄자 비싼 것도 아니니 버리는 거지 뭐. 30리터도 안되는 가방에 두꺼운 다운 점퍼까지 꾸겨 넣어서 가방 열고 다시 짐을 꾸겨 넣는 게 짜증 났다.
공항 안에서 콜라가 그렇게 먹고 싶었는데 잔돈이 없었다. 그런데 카드 결제가 되더라. 비자랑 마스터랑 아멕스 카드가 있었는데 한 회사는 안 되고 두 회사는 쓸 수 있었다. 그런데 결제가 안 된다. 아무리 해도 안된다. 카페에서도 콜라를 팔았는데 자판기보다 비싸니 왠지 공항한테 지는 기분이 났다. 비행기에 타서 마시기로 했다. 공짜잖나. 이상하게 몇푼 안되는 돈이 걸릴 때가 있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도 기미가 보였지만 열차에서 계속 누워 있느라 몰랐다가 모스크바에서 확실히 알게 된 허리 통증이 비행기 안에서도 계속 있었다. 배낭 하나면 어디든 갈 수 있는 사람이고 싶었는데 몸이 그렇지 못한 현실을 보니 울적했다. 이제 몸도 신경 써야 한다. 시간이 갈수록 신경 쓸 건 많아지니 노력해봐야 현상유지도 힘들어지는 삶이 점점 다가올 거다.
허리 아픈 건 블라디보스토크에서도 그렇고 모스크바에서도 그렇고 널널하게 구경하지 않고 빨빨거리면서 돌아다녀서 그렇다. 비행기 안에서 반성했다. 애초에 오로라 말곤 특별한 자극을 얻고 싶지 않았던 여행이다. 그래서 숙소도 늘 혼자 묵었다. 이렇게 돌아다닐 줄 알았으면 출발을 좀 미루고 열심히 공부하고 왔어야 한다. 그런데 후회해서 뭐해 이미 비행기는 아테네에 다 왔는데.
아테네는 러시아와 다르게 관광객 돈맛을 본 느낌이 난다. 아테네 국제 공항은 작지만 잘 정리되어 있다. 공항 직원들도 친절하고 입국심사대 직원도 우스갯소리를 던진다. 교통안내도 친절하다.
공항 버스 표를 사면 버스 안에 기계에 넣어서 개찰해야 한다. 그럼 승차권에 날짜와 시간이 찍히게 된다. 한다고 했는데 잘 되지 시간과 날짜가 찍히지 않았다. 중간에 검표원이 내 표를 보고 어귀를 찢었다. 개찰하지 않은 표니 무임승차와 같은데 봐준 거다. 어귀를 찢은 표는 다시 쓰지 못한다는 표시겠지. 미리 이야기하는 건데 로마에서 낮은 등급 기차를 탈 때도 그랬다. 시간과 좌석이 적히지 않은 표에 펀치로 구멍 뚫어 개찰했다. 그러니까 훼손된 표는 유효하지 못한 표인 거다.
그런데 난 이 생각이 참 낯설다. 우리나라에서는 버스를 타던 지하철을 타던 미술관에 가든 박물관에 가던 개찰구가 입구를 막고 있는 형태다. 입장할 때 표를 확인하니 그 안에 있는 사람은 개찰구를 뛰어넘지 않는 이상 다 값을 지불한 사람이다. 그러니 굳이 안에서 검표를 하기보다는 입구 쪽을 더 신경 쓰는 게 맞을 거다.
그에 비해 이 동네 버스는 입구에 신경 쓰지 않고 간혹 검표를 하는 거다. 늘 입구에 신경 쓰는 것보다 싸게 먹히는 방법이다. 만약 사람들이 무임승차할 생각을 안 한다면 장부상으로 별 문제가 생기지 않을거고 회사 입장에서는 검표 비용을 점점 줄여나갈 수 있을 거다. 둘 중 뭐가 더 좋은 방법인진 모르겠다. 뒤에 간 트롬소의 버스는 안에서 신용카드로 결제할 수도 있고 버스카드도 사용할 수 있는데 모바일 버스카드의 경우 우리나라처럼 복잡하 게 뭐 깔고 그런게 아니라 그냥 기사에게 화면 보여주는 게 전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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