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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살 사촌의 우울(서른살 여행기)

아테네#3

그리스의 거리에서 스페인 냄새가 나긴 했지만 러시아와 유사한 점도 있다. 벽돌이나 돌을 붙인 게 아니라 칠로 마감한 외벽이 그거다. 거기다 옥색이 보이지는 않지만 미색은 러시아에서 자주 보던 색이다.
내가 배운 서양은 뭔가 그리스나 로마에 뿌리를 대려고 한다. 그리스의 <<일리아드>>나 <<오뒷세이아>>를 필독서에 올리기도 하고 로마의 양식을 따라 도시를 설계한 세력도 있다. 로마의 선조 이야기 격인 <<아이네이스>>가 <<일리아드>>나 <<오뒷세이아>>에 줄 대고 있으니 결국 내 머릿속의 서양은 그리스에 줄 대고 싶어 하는 사람들로도 요약할 수 있다. 그런데 그리스는 내가 배운 서양과 다르다. 마치 러시아가 그랬던 것처럼. 독립투사들을 높이면서 현실적으로 잘 대우하지 않는 모습에 비교할 수 있다. 그리스에서 뭔가 이상을 그리지만 정작 그리스는 별 신경 안 쓴 느낌? 심지어 이집트 약탈하듯이 약탈 질도 했으니까.
물론 러시아랑 다른 점도 많다. 일단 날씨가 러시아와 다르게 천국이다. 볕도 너무 좋다. 하늘은 정말 푸르고 땅은 정말 초록으로 보인다. 심지어 1월인데도 그렇다. 신혼여행도 그리스로 올 거고 부모님과도 한 번 올 거고 동생도 한 번 데려올 거다. 날씨가 그래서 러시아와 건물색만 비슷하지 모양은 완전 딴판이다. 러시아에서 보기 힘든 오토바이도 자주 보인다. 그리고 오토바이들 때문인지 러시아 못지않게 매캐한 냄새가 난다.
아크로폴리스에 들어가지 않고 주변을 몇 번 돌았다. 날씨와 아크로폴리스에 취해서이다. 아크로폴리스를 돌면 그리스 신화에 나오던 명사를 볼 수 있다. 신나는 일이다. 한편으로는 공자가 살았던 곡부에 가도 같은 느낌이지 날지 궁금했다. 내가 아테네에 너무 큰 의미를 두는 건 아닐까? 사실 아테네는 좀 비정상이다. 그 수많은 시간 동안 딱 내가 알던 고대 아테네의 지층을 발견하고 보존하려고 안간힘을 쓰는 지역이다. 모든 건 사라지기 마련인데 여기에 역행하는 게 자연스러울 리 없다. 한편으론 발견과 보존 역시 시간을 관통하고 있으니 각 시대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의미가 반영될거다. 예전에는 관심 없어서 뒤로 미뤄놓았던 유적지가 갑자기 조망 받을 수 있다거나 복원 방식 역시 시대에 따라 달라진다. 만약 아테네에서 돌아본 유적과 박물관들이 발굴일과 소장연도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제공했다면 고대 아테네가 아니라 거기에 묻어있는 여러 시대를 느껴볼 수도 있었을거다. 그렇게 해놓지 않아서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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