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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살 사촌의 우울(서른살 여행기)

악!!! – 뉴델리: 결별

공항에서 쓰지 않은 루피를 환전하려 했어요. 환전상은 “과자나 사 먹으”라고 했습니다. 인도와 관련된 1루피짜리 동전 하나도 내 몸에 지니고 싶지 않았어요. 면세점에서 선물로 술과 담배를 샀습니다. 직원이 면세 기준을 담배 3보루로 높여 말하며 더 사도 된다고 말했어요. 이미 당한 게 있으니 재차 물었는데 같았습니다. 인터넷으로 검색해보고 직원의 말을 적당히 걸렀다. 남은 돈을 맥도날드에서 햄버거로 다 처리하려 했어요. 아쉽게 잔돈이 조금 남습니다. 그런데 맥도날드 직원이 잔돈을 주지 않았어요. 직원에게 항의하니 그제야 실실 웃으며 자신이 까먹었다고 말하네요. 인천에 돌아와서 뉴델리에서 잔돈이라고 안 받아줬던 5파운드는 원으로 환전했습니다.
발권할 때 문제가 없었던 것도 아니에요. 발권 시간이 되어서 창구로 갔는데 아직 앞 비행기 체크인을 하고 있다는 표시가 있어서 줄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지요. 그런데 갑자기 에어 인디아 직원이 친절하게 어디 가느냐고 묻더니 나를 다른 창구로 안내했습니다. 물론 그쪽 직원도 휴대전화하고 전화 받고 내 뒤에 있던 사람 말 듣고 옆에 직원이랑 통화한 건 당연하지요. 그가 나에게 다시 방금 내가 기다리던 곳으로 가라고 했어요. 이쯤 되니 화도 안 나고 그러려니 했습니다. 러시아에서는 말이 안 통해도 일이 되었는데 여기는 말만 알아듣지 일이 안 됩니다.
아직 끝이 아니에요. 비행기에 타서도 승객이 짐을 잃어버렸다고 50분이 연착되었습니다. 시간 되면 문 닫고 출발하는 노르웨이로 순간 이동하고 싶었어요. 기내 서비스도 바랄 게 없습니다. 대피 안내 같은 안전 관련 영상도 끊어먹습니다. 채식 식단 중 엄청 매운 고추가 있었어요. 매워서 딸꾹질이 날 정도였고 승객들이 물이나 우유를 달라고 하는데도 승무원은 이 상황을 즐기는 거처럼 천하태평했습니다. 홍콩에 도착해서 일부 승객은 내리고 기내를 정리하는데 홍콩 사람들이 일하는 게 이렇게 빠르고 꼼꼼한지 처음 알았습니다. 홍콩 국적기를 탔을 때 승무원들이 무던하다고 여겼던 나를 반성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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