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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살 사촌의 우울(서른살 여행기)

악!!! – 뉴델리: 뉴델리

짐 보관소가 있었지만 도저히 이 동네에 믿음이 안 생겨서 맞기지 않았습니다. 공항철도 승차권 자판기는 은행 자동화 기계에서 출금할 수 있는 가장 작은 단위의 지폐를 받지 않아서 쓸모가 없습니다. 열차에 타서야 좀 안도했어요. 열차 내부는 이상하게 사진 촬영 금지입니다. 창밖으론 소가 개처럼 돌아다니는 황량한 풍경만 지나갑니다. 열차를 내릴 때가 되니 들어오는 사람과 나가는 사람이 교착되어서 한동안 꼼짝도 못 했어요. 역사 내부 곳곳은 먼지로 허옇습니다. 정말 생지옥입니다.
거리는 인도와 차도가 분리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 많은 사람 틈바구니로 차도 다니고 인력거도 다닙니다. 화장실 안은 그냥 밖에서 보이고 지린내가 진동하지요. 그 옆 노점에서는 음식을 팔고 있어요. 사람이 하도 많으니 격렬한 콘서트장에 온 거 같습니다. 어렸을 적 기차놀이처럼 서로 어깨에 손을 짚고 다니는 무리도 보여요. 런던도 사람은 이만큼 있었습니다. 그런데 다 신호등도 지키고 방향도 지켰지요.
이런 곳에서도 사람이 살고 예쁘게 붙어 다니는 연인도 눈에 보입니다. 내 눈에는 생지옥이지만 이 안에는 나름대로 질서가 있을 겁니다. 뉴델리에서 얻은 건 이뿐이에요. 전쟁 난민들을 보며 자신의 삶에 불평했던 걸 반성해야 한다는 둥 내 삶은 충분히 좋다는 둥 그런 이야기하는 게 아닙니다. 내 상황이 더 안 좋아져도 별문제 없다는 걸 확인한 겁니다. 어찌 되었든 저는 금방 돌아왔습니다. 몇 시간뿐이지만 뉴델리는 이만하면 충분해요. 특별히 항공권 사지 않고 비자 비용만으로 인도를 경험한 건 정말 잘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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