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장 차림으로 한강에서 연을 날렸다. 결혼식이 끝나고 간 것이지만 잘 안 풀린 면접 뒤에 바람이나 쐴 겸 한강에 가는 중에 지나친 노점으로 다시 발걸음을 돌려 연을 하나 산 다음 날리고 있는 것처럼 보일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또 멀끔하게 보이는 다 큰 어른이 아이들 사이에서 연을 날리고 있자니 머쓱하기도 했다. 그래도 재미있어서 두 시간은 족히 연을 날렸다.
가장 즐거운 점은 실에 묶여 내 손에 잡힌 연이 나는 갈 수 없는 하늘을 날고 있다는 점이다. 얼레에서부터 높이 날고 있는 연까지 이어진 얇은 실을 눈으로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실이 보이지 않는다. 연과 나의 명확한 연결이 감각적으로 확인되지 않지만 그래도 연은 내가 실을 당기면 나에게 오고 늘이면 나에게서 멀어진다. 내가 갈 수 없는 하늘에 있는 연과 나 사이에 보이지는 않는 어떤 관계가 있고 그 연을 내가 조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현실에 없는 환상 세계를 모험하는 게임 캐릭터를 전자적으로 조정하는 일과 비슷했다.
이렇게 즐거워하다가도 아이들 틈에서 연을 날리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할 때면 묘한 패배감이 들었다. 나는 이번에 살면서 처음으로 연날리기에 성공했다. 그런데 저 아이들은 벌써부터 연날리기를 성공한 것을 보니 여기서도 늦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날리기에 성공해야 하는 연령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내 키에 반도 안되는 아이들 틈에서 같은 성취감을 맛보고 있다는 것은 마냥 좋기만 한 일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