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번 열차 삼등 칸에는 두 명의 차장이 교대로 근무합니다. 상냥하지는 않지만 꼭 필요할 때 무심하지는 않지요. 차장은 내려야 할 곳이 다가오면 미리 알려주거나 검표하는 것뿐만 아니라 청소도 하고 특별한 일이 없을 때 매점을 보면서 주석 손잡이가 달린 유리컵을 빌려주거나 목적지가 다가온 승객들에게 침구를 싼 천과 베갯잇을 되돌려 받습니다. 또 차장은 정차할 때 차량을 살피고 객차 외부에 생긴 얼음을 제거하기도 하지요.
두 명의 차장이 담당하는 한 칸은 앞뒤로 화장실이 있습니다. 앞 화장실은 뜨거운 물이 나올 때도 있는데 뒤쪽은 온수 밸브가 있기는 한데 제가 사용했을 땐 온수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화장실에 있는 수도꼭지는 돌려서 여는 방식으로 온수 손잡이와 냉수 손잡이가 각각 있습니다. 수도꼭지를 돌린다고 물이 바로 나오지 않고 물구멍에 있는 막대를 위로 밀어 올리면 물이 졸졸 흘러나옵니다. 처음에는 손도 씻기 어려웠는데 나중에 가니까 샤워도 할 수 있을 거 같았지요. 변기는 좌변기인데 물을 내리면 철로가 보입니다. 정말 추울 때는 그 잠깐 사이에 한기가 느껴지기도 합니다. 철로에 오물을 바로 뿌리는 구조이기에 역이나 큰 도시 주변에서는 차장이 화장실을 잠근다.

러시아도 사람 사는 곳인지라 스마트폰도 꽤 보입니다. 그런데 객실 안에 콘센트는 네 개뿐이지요. 사실상 두 개는 화장실 안에 있어서 휴대폰을 충전하는 데 사용하지 못하고 뒤 화장실 밖에 있는 콘센트와 앞 화장실 밖 온수기 옆에 있는 두 개의 콘센트가 전부입니다. 이 두 개도 늘 작동하는 게 아니고 되었다 안 되었다 해요. 또 꼽아 놓는다고 해도 지켜보지 않으면 누군가 제 것을 뽑고 자기 걸 충전하기도 합니다. 모스크바 가는 동안 콘센트 때문에 사람들 사이에 큰 소리가 오가기도 했지요.
삼등석 열차 안은 침대 여섯 개를 한 조로 해서 아홉 조가 채워져 있습니다. 승객이 꽉 차면 오십 사명이 한 칸에 타게 되지요. 두 개의 이층 침대는 열차 진행 방향에 직각으로 서로 평행하게 놓여 있고 그 가운데에는 창문과 작은 탁자가 있습니다. 서로 평행한 두 침대에 있는 일층 침대는 각각 침상이 들려서 그 아래에 짐을 넣을 수 있습니다. 이층 침대 위는 이불이 놓여 있는 선반이 있습니다. 나머지 이층 침대 하나는 평행한 두 이층 침대와 복도를 두고 열차 진행 방향으로 놓여 있습니다. 이 침대 일층은 세 부분으로 분리되는데 가운데 부분을 들어 올린 뒤 돌려서 고정하면 탁자가 됩니다. 그럼 움직이지 않은 양쪽은 자연스레 의자가 되는 형태지요. 의자가 되는 침상 아래는 비어 있어서 짐을 넣을 수 있습니다. 저는 표가 없어서 진행 방향으로 놓인 일층 침대를 잡았는데 낮에는 위 칸 사람이 아래 앉아 있기 때문에 침구를 정리하고 탁자를 만드는 게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진행 방향 앞쪽 화장실과 뒤쪽 화장실은 객실과 문으로 분리되어 있습니다. 화장실이 있는 공간에서 문을 하나 더 열고 나가면 문이 세 개가 나오는데요. 열차 진행 방향 쪽으로 있는 문은 다음 칸으로 넘어가는 문이고 양옆으로 있는 문은 열차를 타고 내릴 때 쓰는 문이지요. 여기서 사람들은 열차 안을 순찰하는 경찰을 피해서 몰래 담배를 피우기도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