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이 떠난 자리는 곧 다시 채워졌습니다. 제 윗자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침구를 정리하고 테이블을 만들어놨는지 아니면 윗자리 사람이 온 걸 보고 나서 테이블을 만들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 여튼 새로 온 위층 사람은 제 앞에 앉긴 했지만 저를 향하진 않고 복도를 향하고는 손을 몸 밖으로 펼쳐 보이거나 머리를 감싸 쥐곤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제 윗자리를 잡은 사람들은 다른 자리에 앉는 이들과 다르게 늘 이랬습니다. 그들은 바로 자리를 정리하지 않고 저를 향해 앉지도 않았지요.
제 앞에 앉은 사람은 고생한 티가 났습니다. 옷도 해져 있었고 이도 잘 관리되지 않았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피부도 좋지 않았고 손도 크고 거칠었지요. 제 앞에 앉아있던 그는 잠시 시간이 흐른 뒤 일어나서 잠자리를 만들고 등산화같이 두꺼운 신발을 대충 벗더니 갑자기 바지를 훌렁 벗었습니다. 다행히 벌거벗은 상태가 되진 않았는데 바지 속에 열차에서 편하게 입을 바지를 하나 더 입고 있기 때문이지요. 그리곤 그는 침대에 훌쩍 올라가서 곧 잠들었습니다.
저는 아래 누워서 위에 사람과 어떻게 지낼지 말 그대로 계산하고 있었습니다. 내 또래 같아 보이는데 인사는 하고 지낼지 아니면 금방 내릴지 모르는데 그냥 입 다물고 있을지 고민했지요. 조용히 있으면 지난번에 탔던 사람처럼 내가 있는 아래 칸에 안 내려올 거라는 계산을 했습니다. 아래 안 내려오면 테이블을 만들지 않아도 되니 저는 계속 편하게 누워 갈 수 있겠다는 셈이지요.
머릿속으로 이거저거 생각하는데 위에 사람이 내려왔습니다. 그리고 제 이부자리를 위로 올리라는 손짓을 했습니다. 별수 없었지요. 조용히 누워갈 생각을 포기하고 인사라도 나누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 사람은 제 앞에 앉은 뒤 가방에서 먹을 걸 꺼냈습니다. 채 썬 당근이 주로 들어간 요리가 먼저 보였어요. 훈제한 거 같은 돼지고기와 소시지 그리고 빵과 삶은 계란도 있었습니다. 컵과 식기도 가방에서 나왔어요. 그는 저에게 먹을 거냐고 권한 걸 한 번 사양했는데 그 뒤로 저는 쳐다보지도 않고 꺼내놓은 음식을 야생적으로 먹었습니다. 저는 인스턴트만 먹고 있었기에 엄청 맛있어 보였지만 차마 달란 소리는 하지 못했어요.
그의 식사가 어느 정도 끝난 뒤에 우린 서로 인사도 하고 대충 의사소통을 했습니다. 저와 같이 모스크바까지 간다고 했지요. 혼자 조용히 누워가긴 그른 겁니다. 그는 식사를 마치고 저에게 차를 권했어요. 저는 물론 한 번 사양했는데 그는 재차 권하지 않아서 마시는 것만 쳐다보았지요. 차까지 마시니 이제 자기는 올라가서 잔다는 몸짓을 합니다. 저도 다시 이불을 깔고 누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