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119]트롬쇠 도서관](https://daseoh.kr/wp-content/uploads/2019/02/119.jpg)
비가 옵니다. 어제 너무 늦게 자서 피곤해요. 몇 푼 아껴보자고 2박 예약했던 숙소를 1박으로 줄이고 더 싼 숙소를 예약한 게 후회스럽습니다. 이대로 그냥 쭉 자고 다음 날 런던으로 떠나고 싶은데 씻고 몸을 추슬러야 해요. 시간 되면 문 닫고 출발하는 오슬로 공항을 경험하니 1분만 늦어도 레이트 체크아웃 비용을 받을 거 같았기 때문입니다.
비가 주적주적 내리고 날도 어두웠습니다. 트롬쇠는 아주 작은 동네여서 특별히 오랜 시간을 보낼 장소를 찾을 수도 없었어요. 비 피하고 쉴 곳이 필요해서 들어간 곳이 도서관입니다. 여행까지 와서 도서관에 짱박히다니 한심한 일이에요. 그렇지만 책 냄새가 편했습니다. 다른 곳에 온 느낌이 아니라 늘 오던 곳에 온 느낌이에요. 대규모 체인 호텔은 전 세계 어디를 가나 내 집 같은 편안함을 제공한다는 점을 자랑하기도 하는데 도서관에서 이 말이 무슨 말인지 알았습니다. 트롬쇠의 도서관이나 동네 도서관이나 똑같이 편안한 느낌입니다. 체크인 시간에 딱 맞춰 일어나지 않고 도서관에 더 있었습니다.
저에게 도서관이 가장 편안한 건 제가 다른 걸 잘 못 해서일까요? 아니면 이게 정말 편안해서일까요. 사실 저는 전자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걸 못해서 이렇게 글도 쓰고 있고 그나마 책도 읽었던 겁니다. 그나마 편안한 걸 찾았고 다른 건 썩 하고 싶지 않았으니 온 힘을 다해 내가 읽고 쓰는 걸 해야 한다고 정당화했어요. 다른 일은 하고 싶지 않으니 미약하게 하고 싶던 일이 더 강렬하게 하고 싶게 된 겁니다. 그런데 남들도 다 이런 거 아닐까요? 어디 처음부터 강렬히 원하는 게 있을 수 있을까요? 그리고 남들보다 나에게 수월하고 편안하다는 건 내가 꼭 뛰어나지 않아도 비교우위를 가질 수 있는 겁니다.
3시도 되지 않았는데 밤이 되었어요. 북극에 가까운 게 새삼 느껴집니다. 보이는 풍경이 빙하 지형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런저런 생각을 더 하다 일어났어요. 미끄러운 눈길인데 차들이 참 잘 다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