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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철학과 대학원생의 수기

오빠차

<오빠차>라는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는, 힙합이라는 장르 때문인지, 새 차 뽑은 남자가 여자에게 허세를 부리는 노래로 생각했다. 차 뽑았다고 여자 친구 데리러 간다는 가사만 듣고 이렇게 생각했다. 오늘 이 노래를 다시 들을 기회가 있었는데 다음 같은 가사를 보니 이 노래의 화자는 허세를 부리는 힙찔는 아닌듯하다.

오빠 차 뽑았다 널 데리러 가 …… 질리도록 말했잖아 / 돈 벌어서 데리러 간다고 / 넌 그냥 몸만 오면 돼 / 쥐뿔 하나 없어도 / 날 믿어주던 사람들에게 / 확실히 보답해 …… 다 태워 먼저 부모님 또 / 뒷바라지해준 여자 친구 / 절대 아냐 허세 나 생색 …… 아빠 차를 바꿔드렸어

이 화자는 어려운 시절 자신을 도왔던 여자 친구를 잊지 않고 그 은혜를 보답하려 다짐하고 있다. 강아지는 사료 주는 사람을 반기고 따른다. 어려운 시절 먹을 것도 사주고 옷도 입혀준 사람을 잊지 않은 건 적어도 강아지만큼의 성품은 되었다는 말이다. 그러니까 이 화자는 적어도 개보다 못한 놈은 아니다. 그런데 부모를 잊지 않고 아버지 차를 바꾸어 주었다는 것을 보면 부모와 자식 간 관계를 모르는 후레자식도 아닌 것이다. 좀 무리하면 부모 섬기기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유가 윤리에 어긋나지 않는 바람직한 인물로 봐도 될 것이다. (추가로 이 화자는 자신을 “믿어주던” 사람들에 대한 보은도 잊지 않고 말하는데, 만약에 여기서 화자를 믿어준 사람들이 부모님과 여자 친구가 아니라 정말 단순히 지지를 보내준 사람들이라면 더 나은 인물로 평가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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