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개봉한 <공각기동대>는 일본풍과 할리웃퓔을 이종교배한 결과물이다. 잡종이라는 것은 다분히 부정적인 말이다. 정부가 주도한 다문화 사회 아래서는 금기시되는 말인 뿐더러 짬짜면 같은 특이한 경우가 아닌 이상, 본래 잘 쓰던 두 개를 섞으면 원래 각각의 기능도 발휘하지 못하고 둘을 섞어서 더 불편해지기도 한다. 혼종인 <공각기동대>도 특별히 잘 섞이지 않았다. 자의식 과잉인 할리웃 슈퍼 히어로가 나올 법한 흐름에서 히어로를 <공각기동대>의 주인공으로 바꿔 놓으니 내가 다 부끄럽기도 하고, 프레임 떨어지는 일본 만화에서 뜬금없이 필살기를 쓰는 상황을 화려한 상황을 실사 같은 컴퓨터 그래픽으로 보니 황망했다.
이번 <공각기동대>를 보면서 일본풍과 할리웃퓔을 좀 더 명확히 구분해 볼 수 있었다. 앞에서 말했던 것처럼, 헐리우드 영화에서 이상하지 않던 것인데 일본색이 들어가니 이상해지기도 하고 그 반대의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혼종에서 섞이기 전 본래의 것을 더 잘 이해해 볼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비교를 통해 서로를 알 수 있기는 하지만, 비교는 분리된 상태에서 하는 것이다. 7가지 야채를 갈아 만든 음료는 7가지 야채가 서로 어우러지면서 새로운 맛을 내는 것이지 각각의 야채에 대한 맛을 더 쉽게 알게 하지는 않는다.
혼종을 순수한 것과 비교하면서 장점도 단점도 있다고 했지만, 사실 순수한 것은 책 속에나 나오는 이야기다. 7가지 야채 중에 당근 하나를 집었다고 해도, 이게 순수 당근은 아니다. 당장 지지가 묻은 것이 보인다. 이 지지를 닦아 내었다고 당근만 쥐고 있는 것이 아니다. 눈에 안 보이는 지지가 아직 남아있고 또 시간이 지나면서 당근 표면이 변하기도 한다. 눈에 보이는 것만 보고 이게 당근이라고 하는 것은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나 할 수 있는 말이다.
굳이 당근뿐 아니다. 일상도 늘 혼종이다. 앞으로 1시간을 계획해도 내 맘대로 완벽하게 되는 것이 없다. 계획할 때는 생각하지 못한 문제가 생겨서 계획을 수정해야 할 때도 있고, 긴급한 일이나 친구의 유혹에 1시간을 잘 쓰겠다는 생각은 온데간데없어지기도 한다. 계획이 쓸모없는 것은 아니고 계획이 완벽하게 들어맞아야 한다는 생각이 유아적이다. 물론 완벽한 계획을 만들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래도 늘 완벽할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