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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살 사촌의 우울(서른살 여행기)

익숙함 – 런던: 스케치 6

점심 즈음 박물관을 나와 빨빨거리면서 시내를 쏘다녔어요. 런던 절반은 우박이 내리는데 나머지는 해가 쨍쨍한 걸 보니 영국 날씨 이상하단 소리가 확실히 이해되었습니다. 길거리에는 사람들이 엄청 많아요. 지금까지 여행 다녔던 곳 중에 사람 밀도가 가장 높은 동네입니다. 무질서하지는 않았어요. 러셀의 「귀납에 대하여」란 글에서 예시로 나오는 트라팔가 광장은 주변을 시뻘건 현수막으로 둘러놓고 영국 시장이 후원하는 중국 설 기념행사 무대가 가설 중이었습니다. 중간에 테이트 모던 미술관이 보여 들리기도 했어요.
런던 길거리는 만들어 낸 볼거리가 많습니다. 슈렉 테마파크라든가 미스테리한 선박 속에 들어가 보라든가 하는 것들. 이야기로 덧씌운 구경거리들. 박물관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습니다. 영국 박물관은 지적 호기심이 날 그곳으로 이끌었다고 말하지만 볼 게 별로 없던 시절에 아프리카 어느 동네에서 가져온 가면보다 더 눈요기되는 건 없었을 겁니다. 심지어 아프리카에서 사람까지 끌고 와 전시하기도 했지요. 공작이 사람들의 눈을 홀린다고 서울에서 멀리 치워버린 조선과는 다른 동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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