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숙소에서 나와 지하철역으로 걸어갔습니다. 어제 본 생선 가게 앞을 지나가는데 생선을 얼음 위에 깔고 파는 게 한국 시장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생선 가게 앞에는 차 몇 대와 좌판이 있었는데 생고기를 냉장설비 없이 차에서 그대로 팔고 있어요.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네요.
역사 안 노란 안전선에는 틈을 조심하란 문구가 있고 열차가 멈추기 전에 여러 번 방송을 합니다. 서울 지하철도 열차와 승강장 사이가 넓으니 조심하라고 안내한 뒤 걸음을 조심하라는 영어 방송을 해요. 걸음 조심이나 틈 조심이나 결국 안전히 타라는 목적에서 나온 다른 표현입니다. 그런데 영국식 안내는 생각도 하지 못했어요. 수학에서 같은 답이 나오는 다른 풀잇법을 안 기분입니다.
피카딜리 선 열차 의자는 상당히 푹신합니다. 팔걸이도 있어서 옆 사람과 닿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됩니다. 차라리 앞 사람 무릎을 조심해야 해요. 앞 의자에 다리를 걸치지 말라는 표지가 말해주듯이 차내 폭이 좁습니다. 열차 출입할 때 문에 뭔가 끼면 지연의 원인이 된다는 표지도 많아요. 비슷한 내용을 방송하는 서울 지하철이 생각났습니다. 남에게 폐 끼치지 말라는 건 내가 하기 싫은 걸 남에게 시키지 말라는 유가 질서를 생각나게 합니다. 그렇지만 남을 해치지 말라는 규칙은 남일 신경 안 써도 사회를 이루고 살려면 꼭 필요한 일이니 런던에서 이런 표지를 보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닙니다.
터널이 작으면 지하철 건설비용이 낮아져요. 런던 지하철은 공중에 전선이 없어서 터널이 딱 열차 하나 들어갈 정도면 됩니다. 열차도 최대한 작게 만들려고 했는지 출입구 쪽은 터널 곡선에 맞춰 낮아집니다. 열차로 송전은 바닥에 놓인 3번째 궤도로 합니다. 승강장에서 떨어지면 열차에 치이는 게 아니라 송전용 궤도에 감전되어 죽는 겁니다. 성장과 발전이 중시되던 때 만들어진 서울 지하철이 무슨 연유에서 비싼 공사비가 드는 공중 가선 방식을 택했는지 의아했습니다.

영국은 좌측통행이니 걸을 때는 우측통행하는 서울과 모든 게 정반대일 줄 알았어요. 그런데 여기도 에스컬레이터에서 빨리 갈 사람은 왼쪽으로 걷고 천천히 갈 사람은 오른쪽에 서 있습니다. 좌측통행이니 왼쪽으로 사람이 걸어가는 방식이 맞고 서울이 이상한 겁니다. 아니면 서울은 에스컬레이터에서 서는 게 기본이고 영국은 걷는 게 기본이라 생각해서 반대의 결과가 나온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일방통행 도로 횡단보도에는 건널 때 확인해야 할 방향을 바닥에 적어 놨습니다. 보행자 신호가 들어오게 조작해야 하는 장치는 오른쪽에 있어요. 좌측통행이라 왼쪽에 있어야 횡단보도에 다가오는 차와 그나마 멀리 떨어질 수 있어 안전하지만 오른손잡이라면 오른쪽에 작동 단추가 있는 게 편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