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ies
어느 철학과 대학원생의 수기

죽창 아래 우린 하나

죽창 아래선 너도 한 방이고 나도 한 방이니 우린 평등하다란 우스갯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이 말은 누군가 뭔가를 자랑하는 글이 올라오면 네가 아무리 자랑을 해도 결국 너도나도 죽창 한 방에 죽는 같은 처지라는 의미를 가진 장난스러운 답글을 다는 식으로 사용된다. 니덤이란 학자의 책을 읽다가 이 죽창과 비슷한 내용이 있어서 소개해 본다.

조셉 니덤은 생물학자였다가 중국에 큰 관심이 생겨서 중국을 연구한 사람이다. 그는 서양보다 잘 나가던 중국에서 왜 서양과 같은 과학이 생기지 않았냐는 질문을 만들기도 했다.

그는 예전 중국을 마음에 안 맞으면 칼질하던 서구와 다르게 말과 글이 앞서는 세련된 관료제 사회로 보고 심지어 중국 무신들은 문신에 비해 열등감 있었다고 서술하기도 한다.

이렇게 아무렇게 칼질하지 않게 된 이유 중 하나로 니덤은 활이 발달한 것을 든다. 그에 따르면 예전부터 활이 발달한 중국은 평민이 왕의 머리통을 쏠 수 있는 사회여서 통일되기 전 혼란한 시기에도 농민을 군인으로 차출할 때는 강제로 끌고 나오지 않고 전쟁의 정당성을 선전했다고 한다.

인간 모두가 공평하게 가지고 있는 건 꼭 죽어야 하고 딱 한 번 죽는다는 운명이다. 왕 목숨도 하나고 평민 목숨도 하나인데 멀리서 한 방 먹일 수 있는 활이 발달했으니 누구 집에서 태어나든 뭘 먹었든 서로 평등할 처지에 놓이기 아주 쉽다. 마치 죽창에 너도 한 방 나도 한 방인 것처럼 말이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