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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살 사촌의 우울(서른살 여행기)

지구에 육박하다 – 시베리아 횡단 철도 2: 하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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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47] 종착역과 끊어진 철도

마지막으로 정차하는 역을 지난 지 한참이나 지났는데 아직까지 모스크바까지 남은 거리는 107km, 시간으로는 1시간 30분입니다. 철도가 기니 해어지는 시간도 깁니다.
 
헤어지기 싫은 것과 더 있고 싶은 건 다릅니다. 두 단어는 구분해 볼 수 있어요. 헤어지기 싫은 건 현상 유지를 하고 싶은 마음이고 더 있고 싶은 건 건설적인 태도이지요.
 
종착역에 도착하기 전까지 제가 아쉬웠던 건 헤어지기 싫기 때문입니다. 꽤 긴 거리를 쉬지 않고 움직이니 관성이 생겼습니다. 시간으론 길지 않지만 그 얼마 동안 계속했던 거니 그냥 이대로 변화 없이 쭉 가고 싶었습니다. 새로운 곳에 가면 또 긴장해야 하고 적응해야 하니까 말입니다. 오로라를 보기 위한 여행이 어느새 시베리아 철도 위에 끈끈하게 적체되었습니다.
 
규모가 크면 빈틈이 있을 법도 한데 열차는 조금도 늦지 않고 종착역에 멈췄어요. 철도의 끝은 삭막하게 잘려져 있습니다. 제가 오른 철도는 엄청 기니 좀 다르면 좋겠다는 건 내 기대일 뿐입니다. 제가 떼쓴다고 이 긴 철도가 눈곱만큼 이라도 길어지는 일은 생기지 않습니다. 그 긴 구간 동안 끊임없었던 철도는 끝나야 할 곳에 와서는 디지털 신호처럼 잔영도 없이 사라집니다.
 
승강장에 내렸습니다. 지금까지 긴 거리를 그래왔듯이 움직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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