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어떤 게 잘 만들어졌는지 판단할 때 끝을 보란 말에 동의합니다. 끝은 별로 신경 쓰지 않는 곳이기에 무심코 지나치기 쉽기 때문이에요. 끝까지 잘 마무리되어 있으면 신경 써서 만들었을 확률이 높지요. 그런데 이 방안에 벽화의 끝을 찾는 건 쉽지 않은 일입니다. 분명 공간 자체와 벽화는 달라요. 그런데 벽화의 영역은 들쭉날쭉해서 칼로 자른 듯 딱 나뉘지 않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벽화 속 기둥이나 장식이 실제처럼 보여서 더 혼동됩니다. 진짜 잘 만들어진 건 끝이 잘 마감된 게 아니라 끝이 없는 걸지도 모릅니다.

좀 더 걸어가면 「아테네 학당」을 볼 수 있습니다. 미술관 입장권에 인쇄되어 있는 그림이기도 하지요. 아무것도 모르고 막연히 철학과 가야지 하던 시절에 자주 보던 그림입니다. 철학과에 오기 전에도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는 들어보았어요. 그리고 하늘을 향한 플라톤의 손짓과 땅을 향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손짓이나 그들이 가지고 있는 책에 대한 이야기도 알고 있었습니다. 철학과를 졸업했는데 이 그림에 대해서 오디오 가이드보다 뭔가 더 안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점은 아쉽습니다. 그냥 언제 한번 봐야만 할 걸 보러 온 기분이었습니다. 같은 공간 안에 있던 뾰루퉁한 표정의 십 대들이 부러웠어요. 동네 미술관 견학 가듯이 이곳에 온 거니 말입니다. 저는 이곳에서 한참을 머물다 나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