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ies
서른 살 사촌의 우울(서른살 여행기)

철학과 졸업생의 로망 – 아테네·나폴리·로마 2: 고정된 시간

[그림 95] 복원하고 있는 아크로폴리스
아크로폴리스에 들어가지 않고 주변을 몇 번 돌았습니다. 날씨와 아크로폴리스에 취해서예요. 아크로폴리스를 돌면서 그리스 신화에 나오던 단어들을 보는 건 신나는 일입니다. 만약 공자가 살았던 곡부에 가도 같은 느낌이 날지 궁금했어요. 제가 아테네에 너무 큰 의미를 두는 건 아닐까요?
 
사실 아테네는 비정상적입니다. 아테네 땅 위에는 오랜 시간 동안 많은 일이 있었을 텐데 딱 제가 알던 고대 아테네의 지층이 선택되고 보존되고 있어요. 아테네 위에 흐른 많은 세월 가운데 고대 아테네만 보존할 가치가 있을지 의문이 듭니다. 그리고 모든 건 사라지기 마련인데 여기에 역행하며 보존하는 게 자연스러울 리 없어요.
 
한편으론 이렇게 선택하고 보존하는 행동 역시 시간을 관통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각 시대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의미가 행동에 묻어 나오겠지요. 예전에는 관심 없어서 뒤로 미뤄 놓았던 유적지가 갑자기 조망 받는 경우도 있고 복원 방식 역시 시대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러니까 아테네가 특정 시기에 고정되어 있다고 보기 어려울 수도 있어요.
 
만약 아테네에서 돌아본 유적과 박물관들이 발굴 일과 소장 연도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제공했다면 고대 아테네만이 아니라 거기에 묻어 있는 여러 시대를 느껴볼 수도 있었을 겁니다. 아테네의 박물관과 유적지는 그렇게 해 놓지 않아서 아쉽습니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