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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보지 않고 쓰는 여행기

춘수당 본점

버블티를 처음 먹어 본 건 2012년 가을이다. 장소는 홍대 롯데시네마가 있는 건물 높은 층이었다. 버블티를 사준 사촌 형은 버블이 양서류 알이라고 했고 나는 그 말을 철석같이 믿고는 썩은 표정을 지었다. 그다음으로 기억나는 건 학교 후문에 버블티 집이 보여서, 한 살 많은 형을 쿡쿡 찔러 버블티 한 잔을 얻어먹은 거다. 그 사이에 버블티를 먹은 것 같은데 잘 기억나지는 않는다.

버블은 버블티가 마음에 드는 이유 중 하나다. 버블이란 이름과 쫀득쫀득한 식감 그리고 동그란 생김새는 그 자체로도 마음에 든다. 각자로도 마음에 드는데 밀크티와 함께란 점은 더욱 마음에 든다. 밀크티나 우유를 뺀 홍차는 커피보단 점잔 빼고 먹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있다. 그런 홍차에 버블을 쏟아 넣고 먹으니, 마치 콜라에 빨대를 꼽고 바람을 불어넣어서 부글부글 소리를 내며 먹는 것 같이 짓궂어 보인다.(권위에 도전하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개으른 성격 덕분에, 좋아하는 버블티를 더 찾아볼 생각은 하지 않았는데, 조경규의 만화 <오므라이싀 잼잼>에서 버블티를 다룬 편을 보았다(http://webtoon.daum.net/m/webtoon/viewer/39098). 이 덕분에 버블티가 대만 타이중 춘수당에서 시작되었다는 것과 직원이 사장 몰래 만든 메뉴였다는 것도 알았다.
콩스의 글에서 (https://m.blog.naver.com/PostView.nhn?blogId=yiuioi&logNo=220845230475&categoryNo=21) 춘수당 본점의 옆 모습을 볼 수 있는데, 다른 이의 사진이나 조경규의 만화에서 보듯이, 오토바이가 놓여있고 기와가 놓인 처마가 있는 정면과는 다른 모습이다. 며터지는 사람들은 역시 잘 알려진 관광지 어딜 가도 같다. 콩스의 글에서 볼 수 있는 메뉴판은, 필기구로 체크해서 제출할 수 있게 해서 말을 잘 하지 못해도 부담이 없을 것 같지만 영어 설명이 그렇게 친절하지는 않아 보인다. 그리고 또 하나 안 것은, 춘수당이 그냥 밀크티만 파는 것이 아니라 다른 음식도 판다는 점이다.

춘수당 본점에 가는 일은, 단지 혀를 즐겁게 하는 일은 아니다. 좋아하는 것을 비행기 타고 쫓아갔다는 행위는 아직 아무런 호기심도 없는 식어버린 인생은 아니라는 위안을 준다. 감수성이 풍부한 누군가는 아마도 굳이 돈 써서 대만까지 않고 한국에서 맛있는 버블티를 찾아다니며 같은 위안을 얻을 수 있을 거다. 그러니까 버블티만 마시러 타이중에 가는 건 부자가 될 때까지 보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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