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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살 사촌의 우울(서른살 여행기)

출발 전

지난겨울, 블라디보스톡으로 떠나기 전날, 나는 여행 준비가 하나도 되지 않아서 정신이 빠져있었다. 여행 당일까지 숙소는커녕, 이 여행에서 가장 많은 예산이 책정된 일도 집행하지 않았다. 집행은커녕 준비도 안 했다. 비자 신청을 위한 사진도 공항 가는 길에 찍었다. 환장할 노릇이다. 이 모든 것이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다는, 가면 어떻게 될 거라는 생각에서 시작했다.

사람이 기본적으로 착해서 어디를 가든 도움받을 수 있다는 의미에서 사람 사는 곳이 똑같다는 생각을 한 것은 아니다. 사람을 처음 봤는데 나를 해치지 않을 것이라고 마음을 놓을 정도로 순박하지는 않다. 그렇다고 세상 모든 사람이 나쁜 놈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냥, 하나라도 더 팔고 싶은 상인의 마음에서 사람 사는 곳을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니까 돈 쓰러 온 무던한 여행자를 굳이 내쫓겠냐는 생각이다.

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정신 나간 생각이다. 사람 사는 거야 같지, 배고프면 먹어야 하고 졸리면 자야 한다. 먹고 자는 것만으로 보면 사람 사는 것이 단순하지만, 어디 이것만 가지고 사람이 살던가? 나는 너무 당연해서 의식하지 못하는 많은 일들을 하면서 일상을 보낸다. 일상의 요소들은 동네마다 참 다르기도 하다. 옷차림은 차차 하고 하찮게는 변기 모양까지 다 다르다. 여기서는 당연한 것이 저기서는 용납되지 않을 일들이 있기도 하다. 예컨대 좌측통행인 나라 고속도로에서 자연스럽게 우측통행을 하면 저기서 저승사자가 반겨줄 뿐이다. 이런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르지 않고 돌아오는 것이 참 다행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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