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한 검문을 받고 크렘린 안으로 들어가서 무기고 전시실로 가면 외투와 가방을 맡겨야 한다. 블라디보스토크도 그랬지만 이 동네는 외투는 참 잘 받아준다. 아마 추운 동네이니 두꺼운 외투를 입고 실내에 있기 불편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고 외투를 홀랑 다 맡기면 안 된다. 우리나라처럼 난방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고 방열판 몇 개 있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바람만 막아주고 안에 사람들의 열기만 모아주는 정도다.
무기고 전시실로 들어가려면 신발 싸개도 해야 한다. 이게 좀 설명할 수는 없는데 뭔가 이상했다. 이상한데 유난스럽다고 해야 하나? 내가 익숙한 문화가 아니라고 해야 할까? 밖의 건물 아랫부분은 눈 녹은 흙탕물로 얼룩덜룩한데도 오염에 강한 소재를 쓰지 않는데 밟으라고 있는 바닥에 유난히 신경 쓰는 느낌? 물론 건물 안에 카펫도 깔려있고 해서 신경 써야 하는 건 맞겠지만 그래도 뭔가 이상하다. 좀 달리 말해보면 이 건물도 그렇고 역사 박물관 건물도 그렇고 안에서 소화기 찾는 게 정말 힘들다. 보통 소화기는 밖에 놓고 빨간 화살표로 표시해서 나 여기 있다고 온몸으로 말한다. 그런데 소화기를 건물 인테리어에 맞췄다. 실내 디자인과 어긋나지 않는 나무 장을 만들고 그 안에 소화기를 넣어놨다. 그리고 밖에는 손바닥보다 작은 소화기 스티커를 붙여놨다. 더 생각해 봐야겠는데 뭔가 이상하다. 아름다움에 신경 쓰는 것 같은데 뭔가 나와 관점이 다르다.
무기고 안에 꾸려놓은 전시실은 사진을 찍지 못하게 되어있다. 공간은 높고 넓어서 답답하지 않고 그에 맞게 잘 만들어진 것들을 엄청나게 채워놨다. 어느 나라 대사가 줬다는 설명이 많은데 러시아 역사 박물관에서는 노태우가 준 자개함이란 설명이 있는 것을 보면 굳이 옛날일 뿐 아니라 요즘 받은 것도 저렇게 전시한다. 그리고 천으로 만들어진 의복이나 커튼, 깃발 같은 것이 생각보다 꽤 많다. 색은 좀 바랬지만 이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무엇을 아름답게 여겼는지 상상하기에는 충분하다. (우리나라에서 박물관 가면 천 보기 힘들잖나? 하다못해 궁궐 그림에 보이는 차양도 실제로 본 적이 없다. 텅 빈 궁 건물만 봐서는 그때 사람들이 어떻게 생활했는지 상상이 안 된다.) 잘 만들어진 마차들도 기억에 남는다. 크기도 클 뿐 아니라 세부장식이나 창으로 쓰인 유리의 질이 좋았다. 실제로 굴러다니던 시대에 길에서 마주쳤다면 지금 비싼 외제 차 뒤를 피하듯이 멀리했을 거다. 어디 몸으로 스쳐서 기스라도나면 그 집 종이 되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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