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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해바라기씨

  1. 내가 유치원에 다닐 이모 집에 자주 갔다. 걸어서 있는 거리는 아니었고 지하철을 타거나 경계를 넘어가는 버스를 타야 했다. 서울에 내리면 엄마 손을 잡고 가게에 들러서 해바라기씨 하나를 사서 이모에게 가는 내내 하나씩 집어가며 먹었다. 가는 길에 놓인 보도블록은 아주 큼직해서 어린 보폭으로는 번에 개를 뛰어넘기 어려웠는데, 한꺼번에 많이 간다고 촐랑대다가 흘린 까맣게 초콜릿으로 코팅된 해바라기씨가 보도블록 틈으로 흘러 들어가곤 했다. 알이 작아서 놓친 해바라기씨도 그렇게 되었다. 이럴 때면 그렇게 아쉬울 수가 없었다.
  2. 오랜만에 해바라기씨를 사서 먹었다. 지금은 그때와 같이 한알한알 가며 먹지 않는다. 큼직하게 손에 쏟아서 주먹을 쥐고, 주먹 한쪽에 입을 대고 숨으로 빨아들여 먹는다. 고작 해봐야 한줌도 안되는 과자를 한입에 털어먹지 못하고 나눠 먹는 것이 좀스럽다고 생각되기도 하지만, 한알한알 먹을 때보다는 배포 있게 먹는 것이다. 아주 흔한 과자에 저장된 기억을 곱씹는 것은 즐거운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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