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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신(personal cultivation)

헬스장에 대한 첫 인상

“에구… 힘들어…” 내가 자주 하는 말이다. 근 2년은 된 거 같다. 늘 춥고 책상에도 도통 오래 앉아있을 수가 없다. 내가 힘이 넘치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내가 빠릿빠릿하게 살지는 않았지만 몸이 처진 것을 느낀 지난 2년이 내 일생에서 가장 아쉬운 시간 같다. 무엇이든 할 수 있는 30대 초반에 아무것도 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냥 하루에 4시간씩 최저임금만 받았어도 제법 큰 돈을 모았을 시간이다. 혹은 하루에 외국어 문장을 하나씩만 외웠어도 그 외국어가 꽤 친숙해질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처음에는 학부를 졸업하고 정신을 못 차려서 그런다고 생각했다. 모든 건 마음 먹기에 달렸으니까.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 이 말은 나에게는 잘못된 거 같다. 난 그렇게 고야한 정신의 소유자가 아니다. 피로한 몸을 정신으로 이겨내고 무언가 하는 건 나랑 거리가 먼일이다.

근래에 이렇게 살다가는 큰일 나겠다는 생각을 했다. 늘 생각만 하고 힘이 없어서 아무런 시도도 하지 못하고 시간을 흘려보냈다. 그러다가 갑자기 안 하던 짓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굳혔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우선, 사촌 형의 영향이 크다. 나는 사촌 형을 통해 운동해서 몸이 변한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했다. 지난겨울, 체육관 아래서 운동을 하고 나온 사촌 형을 만난 적이 있다. 사촌 형은 거의 근육 돼지 수준의 몸이었다. 그때 받은 인상은 지금도 강렬하다. 그리고, 마침 사촌 형 내외의 덕으로 퍼스널 트레이닝을 낮은 가격에 받을 수 있게 되었다.

다른 이유는 내 일기 속에 있다. 나는 작은 배낭 하나만 들면 어디든 갈 수 있는 사람이고 싶었다. 지금도 그렇다. 나는 이 일이 내가 애착하는 물건만 적게 지니면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학부를 졸업하고 잠깐 여행을 다녀오면서 그게 아니라는 걸 알았다. 30L 인케이스 가방을 메고 돌아다녔는데 몸이 피로해서 보고 싶은 것을 다 보지 못하는 겪고 싶지 않은 상황을 겪었다.

내가 몸만 있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몸은 내 가장 중요한 요소 중에 하나다. 몸이 없으면 살 수 없다. 그런데 나는 내 몸을 너무 당연한 것으로 여겼다. 내 몸을 어떻게 유지해야 하는지 혹은 어떻게 단련해야 하는지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 그래서 이 기회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헬스장에 갔다.

나는 낯을 상당히 많이 가린다. 헬스장은 처음 가본 장소치고는 어색하지 않았는데 사촌 형이 맞이해준 이유가 크다. 트레이너도 영화 속에서 보던 강력한 몸이 드러난 옷을 입은 깍두기 머리가 아니어서 꽤 안심되었다.

트레이너는 운동 과정에 관해서 설명하고 나에게 어떤 질문이 없냐고 물었는데, 나는 아는 것이 없어서 물어볼 것이 없다고 했다. 일어나서 나가려고 하다 보니 신발이 눈에 보여서 어떤 신발을 구비하는 것이 좋겠냐고 물었는데 밑창이 부드러운 신발과 딱딱한 신발 두 가지를 나에게 보여주고 만져보라고 한 뒤 딱딱한 신발이 좋다고 했다.

이것이 헬스장에 대한 내 생에 첫 기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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