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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암동 옹벽 #1

후암동 옹벽

참 악착같이 찾아 먹었다. 악착같다고 말하고 보니 한 푼이라도 더 벌려고 무슨 짓이든 하는 상인이 생각난다. 특히나 여기는 용산이고 하니 용산 전자상가 상인이 떠오른다. 불법복제한 게임을 사서 집에 와보니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은 시디라는 말은 세운상가 시절부터 있던 것이니 차차해도, 용산에서 뭔가를 살 때는 꼭 매뉴얼을 열고 기본 구성품을 살펴보곤 했다. 다시 악착같이 찾아먹었다는 이야기로 돌아가자. 내가 악착같이 찾아 먹었다는 것의 대상은 땅이다. 옹벽을 저렇게 직각으로 세우지 않고 자연스런 기울기로 만들었으면 쓸 땅이 줄어드니, 경사로 빼앗길 땅을 찾아 먹었다고 말한 거다. 악착같이 찾아먹은 흉악한 민낯에 페인트로 분칠한 것은 더 소름 돋는다.

그런데 이게 뭐 이상한 일인가? 용산 상인 이야기도 그렇다. 지금 생각하면 그렇기 못 믿을 사람과 거래를 했다는 것이 참 우스운 일이다. 몇 푼 아껴보려고 먼지 구렁텅이로 스스로 들어갔으니 나도 그 상인과 다른 것 없는 사람이다. 자기 땅 자기가 찾아 먹는 건? 관계자들과 충분히 협의하고 충분히 신뢰할 수 있는 시공을 했다면 미적인 부분 빼고는 문제 될 것 없지 않을까? 미적인 부분 또한 제 나름대로 최선일 수 있다. 부족한 미감이야 개탄스럽지만, 유럽의 어느 동네와 비교하며 내 주변은 너무 후지다고 볼 일도 아니다. 의미는 누가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 이쁘다고 해야 이쁘게 보인다. 그리고 그런 생각이 연결되고 다져지면 원래 이뻤던 것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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