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의 그림은 오래가지 못한다. 그래서 싫었다. 그런데 이런 그림은 많이 보인다. 젊은 사람들이 비싼 임대료를 피해 모여 잘자분한 것을 파는 거리에서도 보이고, 우중충한 분위기를 좀 밝게 만들어 보자고 노력한 동네에서도 보이고, 관광지에서도 보인다. 이런 그림은 처음 칠한 얼마 동안은 좋으나 점점 시간이 갈수록 때가 타고 갈라지기도 하고 뜯겨 나가기도 한다.
이렇게 분칠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색을 가지고 있는 물질도 있다. 돌은 겉을 긁어도 돌색이다. 벽돌도 마찬가지고 몇몇 금속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분칠이 필요 없는 물질은 좀 오래 놓아도 앞에 말한 그림처럼 전혀 다른 민낯이 드러나지 않는다. 애초에 칠한 게 없으니 그렇다. 물론 이런 물질도 다듬어서 사용하니, 다듬은 것이 해지기는 한다. 그러나 그러게 해지면서 주위와 어우러지니 더 마음에 든다.
휴대전화 테두리를 광이나는 크롬 도금을 해놓은 것은 시간이 지나면 떨어져서 흉측하게 된다. 금속을 깎아서 만들면 상처가 나거나 찌그러져도 금속 그대로인 것은 변하지 않는다. 크롬 도금이 콘크리트 옹벽에 칠한 그림이라면, 금속 테두리는 물질 자체가 쓰인 경우다. 크롬 표면이 떨어져서 흉하게 되는 것과 다르게 금속 테두리는 나와 함께 하면서 내 습관에 따라 긁히고 파이면서 오직 나만의 휴대 전화가 된다.
그런데 크롬 도금이나 콘크리트에 칠해진 그림을 긍정하게 된 것은 유럽을 돌면서 본 프레스코화 때문이다. 프레스코화는 잘 만들어진 모자이크와 다르게 오래가지 못하는 것으로 느껴졌다. 자주 보니 모자이크뿐 아니라 프레스코화도 마음에 들기 시작했는데, 자세한 이야기는 내일 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