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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암동 편의점 간판

후암동_편의점 간판

내 기억에 우리나라의 가로 풍경은 개선의 대상이었다. 텔레비전 뉴스는 난립하는 간판을 혼란스럽게 묘사했고 지방자치단체는 자체 사업으로 난립한 영세 사업체의 간판을 통일된 디자인으로 바꿔 달아주기도 했다. 텔레비전에서 볼 수 있는 유럽의 어느 마을 풍경을 생각해본다면 내가 일상에서 마주치는 풍경은 혼란스럽다.

나는 어질러진 방을 처음 보는 남에게 거리낌 없이 보여주지 않고 아침에 세수도 하지 않은 부스스한 모습으로 시내에 가지 않는다. 어떤 기준에 미치지 못한 것을 앞으로 내세우지 못하고 뒤로 숨긴 것이다. 뉴스는 덕지덕지 붙은 간판들을 개선의 대상이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어질러진 동네 풍경은 뒤로 숨기고 싶은 부끄러운 것이었다.

후암동에서 마주친 편의점 간판을 보았을 때 내가 키우는 개가 생각났다. 우리 집 개는 나를 보면 저 멀리서부터 엄청나게 반긴다. 하도 팔짝팔짝 뛰는 통에 두 발로 서있는 것처럼 보인다. 편의점을 찾는 사람에게 꼬리 치며 이전한 곳을 가리키는 이 간판은 정겨운 우리 집 개와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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